지난 두 번의 사목교서를 통해 저는 우리 교구가 사랑으로 하나 되어 진정한 새 복음화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제 요청에 교구 공동체 모든 구성원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답해 주셨고, 그 결과 좋은 열매가 맺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복음화 환경은 여전히 걸림돌로 가득하고 어둡기조차 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는 이러한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신앙의 해 선포는 신앙의 위기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합니다. 신앙인은 있으되 신앙은 찾기 어렵고, 교회는 있으되 믿음의 공동체가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대한 회개와 반성의 결과입니다. 동시에 물질과 자연과학이 우선시되고 신앙마저도 개인화돼 버린 우리 시대가 하루 빨리 심각한 영성적 빈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의 발로이기도 합니다.

　신앙의 해는 우리에게 믿음의 쇄신과 올바른 고백을 요청합니다. 신앙이 우리 존재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될 수 있도록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 쇄신이 필요합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일상과 타협하며 세상에 대해 소극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복음을 살고 전하는 용기와 기쁨을 회복해야 합니다.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기해 선포됐습니다. 오늘날 우리 신앙생활은 모두 공의회의 결과물이라고 말해도 과장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공의회를 모르면서 신앙과 교회 본 모습을 알 수 없고, 신앙의 해를 지내는 올바른 취지와 방향 또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알고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랍니다.

　또한 신앙의 해는 가톨릭교회 안에서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모든 교리와 가르침들이 망라돼 있는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을 기억합니다. 신앙은 삶의 경험과 함께 끊임없이 자라고 성장하는 것이므로 이미 세례를 받은 신앙인들도 지속적으로 교리교육을 받으며 교리서를 읽고 배워야 합니다.

　신앙고백은 단지 입으로 외는 경문이 아니라 우리 삶의 고백이며 영적인 결단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의 내용을 깊이 묵상하고, 삶을 통해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를 무장시켜 나가야 합니다.

　교회의 공적 신앙고백은 특별히 성찬례를 통해 잘 드러나므로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이나 공동체에서 거행되는 전례가 진정한 믿음과 사랑의 축제이자 교회 공동체의 장엄한 신앙고백이 될 수 있도록 준비와 집전에 최대한 성의와 정성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합니다.

　신앙의 해를 지내는 일 년 동안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과 공동체가 언제나 믿음의 문을 활짝 열고 복음의 기쁨으로 넘치는 하늘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