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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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주일 특집] 논산 육군 훈련소 야간행군 동행기

어머니! 주님! 씩씩한 아들, 군인으로 거듭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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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군을 마치고 `어머니 은혜`를 부르는 훈련병들. 어머니 생각에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별들도 졸린 눈꺼풀을 떨구는 듯 깜빡깜빡 빛을 잃어가는 새벽. `척척척…` 군홧발 소리만이 새벽 정적을 깬다. 논과 밭 사이 구절양장(九折羊腸) 좁은 길을 걸을 때마다 돼지똥, 소똥의 진한 냄새가 군홧발 소리와 어울어진다.
 논산 육군훈련소 5주차 끝물 훈련병 780명이 9월 16일 야간행군에 나섰다. 한여름 같던 추석날에도 비지땀을 흘린 이들에게 야간행군은 훈련의 종착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희망의 신호인 만큼 가장 고된 시기다.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를 따라 광야에서 40년을 보냈듯, 남자에게는 군대에서의 체험이 인생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광야 시절이다. 16.5㎏의 군장과 3.5㎏의 소총이 십자가다.
 이번 행군은 조금 특별하다. 연무대본당에 새로 부임한 박근호 주임신부가 야간행군 풀 코스에 동행, 훈련병들의 벗이 돼줬다.




 
▲ 김 모데스타 수녀가 야간행군에 나서는 훈련병들과 인사를 나누며 격려하고 있다.
 

#오후 7시, 출발!

"네~! 할 수 있습니다!"
 연병장에 모인 27연대 2교육대 5~8중대 훈련병들이 완전군장으로 대형을 갖추고는 "전원이 행군에 완주하겠다"며 힘찬 각오를 다진다.
 훈련병들은 출발에 앞서 반합과 야전삽, 양말과 판초 등 군장을 꼼꼼히 챙겼다. 저녁도 든든히 먹고 휴식도 취한 덕분에 한결같이 표정들이 밝다.
 주임신부가 행군 전 구간을 따라나서자 본당 김 모데스타(거룩한 말씀의 회) 수녀와 군종병도 건투를 빌며 배웅을 나왔다. 신자 훈련병들은 김 수녀와 신학생 군종병이 보이자 반가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했다.
 이날 행군은 훈련소 영내를 한 바퀴 돌아 통일문을 거쳐 밖으로 나간 다음 영점사격장과 마을회관, 수류탄투척장, 종합각계전투교장을 돌아오는 29.6㎞의 코스.
 50분마다 10분씩 5번의 휴식과 한 차례 큰 휴식으로 짜여 있다. 군 제대후 8년만에 전투화 대신 등산화로 무장(?)하고 행군에 참여한 기자도 코스가 비교적 평탄하다는 말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출발 두 시간이 지나 10㎞가량 지났을 무렵까지 훈련병들은 스무 살 안팎의 젊은이답게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5㎏도 채 안 되는 카메라 가방이 왜 그리 무거운지 지쳐만 가는 30대 기자와는 달랐다.
 "아직은 견딜 만 합니다."
 "힘들지 않느냐"는 박 신부 질문에 한 작가가 쓴 대본을 외운 듯, 훈련병들의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 박근호(오른쪽) 주임신부가 야간행군에 동행, 한 훈련병을 격려하고 있다.
 

#꿀맛 같은 휴식

 훈련병 일행은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길에 들어섰다. 준비한 손전등을 켜고 발에 채이는 돌을 살폈다. 한밤중에 완전군장을 한 채 행군에 나서기는 다들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이들에게 신경 쓰는 이는 없다. 입대 전만 하더라도 집에서 편안히 지냈을 시간이다. 훈련병들 발걸음 소리를 환영하는 것은 추석이 갓 지나 보름달을 흉내 낸 달 뿐이다.
 밤 11시. 산속에 마련된 종합각개전투교장에 들어섰다. `훈련은 전투다`라고 큼직히 쓰인 대문을 지나자 드디어 휴식이다. 이곳에 들어서니 다시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승용차에 얼음물과 빵, 초콜릿 바를 가득 싣고 와서 기다리던 김 수녀와 군종병이 이들에게 `천상의 맛`을 선물했다.
 중대마다 인원에 맞게 나눠주자 훈련병들은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진다. 그렇게 마시고 싶던 얼음물에 먹을거리가 더해지니 천국이 따로 없다. 빨리 먹으면 하나 더 먹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허겁지겁 손과 입이 분주하다.
 훈련병 이장훈(미카엘, 25, 서울 명동본당)씨는 "열심인 신자가 아니었는데 고된 훈련을 받으며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며 "신부님이 행군에 동참하셔서 예수님이 나와 함께 걷고 있는 느낌이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박 신부는 "훈련병들이 신앙을 배우고 자존감을 키워 무사히 군 복무를 하도록 이끄는 게 군종사제의 역할"이라며 "가장 고되고 긴 훈련에 동참해 이들을 격려하는 것은 세상 속에서 신앙을 드러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0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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