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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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기획(1) 죽음 교육 필요하다

오늘을 당신의 마지막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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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뒹구는 11월은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과 죽음을 생각하는 위령성월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 닥칠지 모르는 것이 죽음이다. 죽음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 올바른 죽음문화를 정착하는 데 필요한 과제를 짚어보고, 항상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미국에 스티브 잡스라는 최고 경영자가 있다. 애플컴퓨터와 아이맥, 아이폰 등 기술 문명사에 한 획을 긋는 신제품들을 잇따라 내놓아 성공의 화신처럼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가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에서 젊디 젊은 청년들에게 이런 축사를 했다.

 "죽음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삶의 도착지며,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입니다. 여러분 삶에도 끝이 있습니다. 인생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마음과 직감을 따를 용기를 가지십시오."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는 50살(당시)의 스티브 잡스. 그가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의식과 성찰이라는 무기가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성찰이 성공의 필수조건임을 말하고자함이 아니다.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후회없이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늘 의식하고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하나의 예라 하겠다.

▨죽음에 대한 인식
 죽음준비는 흔히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노인뿐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죽음은 나이 순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늘 남의 일처럼만 여겨지는 사고와 중병이 언제든 나의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냉엄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다들 죽지 않을 것처럼 산다. 평소 죽음을 의식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죽음이라는 말을 입에 담기조차 꺼린다. 죽을 `사`(死)를 연상시킨다고 4층을 F층이라고 써놓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죽음은 멀리해야 할 금기일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죽음준비가 이뤄질 수 없다.

 죽음교육은 언제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이는 갑자기 다가올 죽음에 대비해 현재 삶을 좀 더 충실하게 살라는 뜻과 같다.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제대로 산 사람만이 잘 죽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을 준비하는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생각하고 준비하는 죽음교육은 노인이나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다. 모든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죽음교육은 죽어가는 환자를 보살피는 호스피스와는 또 다르다.

▨죽음교육 현황
 독일은 최근 일반 중고등학교 종교교육에 죽음교육을 필수과목으로 포함시켰으며, 죽음에 관한 교재만 해도 20종이 넘는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죽음학을 대학의 정식 과목으로 채택했고, 일반인의 경우 유치원 때부터 죽음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접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죽음학의 대가 알폰소 데켄(예수회) 신부가 1990년대 초 TV를 통해 행한 `죽음과 죽어감` 강의가 죽음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시켰고, 이는 죽음교육을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선진국에서는 대체로 죽음교육이 평생교육 차원의 필수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죽음교육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웰다잉(Well dying, 잘 죽는 것)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죽음준비 교육과정을 개설한 시민단체나 복지관, 종교기관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숫자는 아주 미미한 실정이다. 공교육 차원에서는 전무하다.

 종교계에서는 그나마 불교가 활발한 편이다. 조계종 불교사회복지연구소가 `웰다잉 강사양성 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서울 삼성동에 있는 봉은사가 `웰다잉 체험교실`을, 그리고 동국대 사회교육원에서 `웰다잉 전문가 과정`을 운영 중이다.

 개신교계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각당복지재단(www.kakdang.or.kr)은 우리나라 죽음교육의 선구적 기관이다. 각당복지재단은 산하 `삶과 죽음을 준비하는 회`를 중심으로 죽음준비 교육과 관련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죽음준비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웰다잉 전문지도강사 매뉴얼」를 제작하는 등 죽음교육 확산에 앞장서왔다. 죽음교육 관련 학술 단체로는 한국죽음학회(www.kathana.or.kr)가 있다.

 한국교회에서 체계적 죽음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 호스피스 교육이나 각종 피정 등에서 `임종체험 프로그램`이 일부 실시되고 있기는 하나 다방면에 걸쳐 죽음 전반을 다루는 죽음교육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눈에 띄는 죽음교육으로는 김보록(살레시오회) 신부가 15년째 진행하고 있는 `죽음체험 피정` 정도다.

▨죽음 준비=삶의 준비
 신승환(가톨릭대 철학과) 교수는 "인간이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죽음에 대한 의식을 만들어 가는지가 궁극적으로 삶의 성숙함을 결정한다"며 "다가올 죽음에 대한 이해가 현재 삶의 의미와 틀을 규정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죽음에 대한 이해 없는 삶은 무의미하며 공허할 뿐"이라면서 죽음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죽음을 소재로 한 연극공연이 화제가 됐다. 대사 한 대목을 인용한다.
 "내가 괜한 소리 하는 것 같지만 죽는 것도 사는 것처럼 계획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거여. 한 사람의 음식 솜씨는 상차림에서 보여지지만, 그 사람의 됨됨이는 설거지에서 나타나는 법이거든. 뒷모습이 깔끔해야 지켜보는 사람한테 뭐라도 하나 남겨 지는게 있는 거여(연극 염쟁이 유씨 중에서).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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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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