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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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 기획(3)-가정 호스피스

마지막 ''숨결'' 달래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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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환자에게 희망의 빛 주는 `가정 호스피스`
모현호스피스, 전진상의원 등 전문적으로 제공
방문 및 가족모임 통해 사별가족 슬픔도 달래줘
 

   "형제님, 몸은 좀 어떠세요?"
 "늘 돌봐주고 기도해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음식 조심해 드시고 늘 편안한 마음을 가지세요."
 7일 오전 `성 바오로 가정 호스피스센터` 센터장 노유자(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녀와 호스피스 봉사자 심혜숙(마리나)씨가 간암 환자인 박병학(아도, 58)씨 가정을 방문하자 거실에서 성경을 읽고 있던 박씨가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박씨는 B형간염 보균자에서 급성 간경화를 거쳐 결국 지난 2005년 `간암` 진단을 받은 뒤 통원치료를 받으며 집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편안함이 느껴지는 박씨 얼굴만 봐서는 그가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는 암 환자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박씨 역시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를 받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박씨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 사람은 가정 호스피스 봉사자 심혜숙씨. 그녀는 박씨에게 웃음이라는 약을 가져다 줬다.
 심씨는 일주일에 1~2번 정도 방문해 환자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하소연을 들어준다. 1년 7개월 정도 지난 지금 박씨는 가족에게 말 못하는 속마음까지 심씨에게 털어놓으며 답답함을 해소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척도 이렇게는 못합니다. 병이 길면 가족도 지치고 친척도 멀어지기 마련인데 매주 한결같이 찾아와 위로와 용기를 주시니…."
 30분 가량 진정으로 염려하는 사람들 사이에 오갈 법한 진심어린 대화가 오갔다. 노 수녀와 심씨의 대화에서는 환자를 진심으로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배어 나왔다.

마지막 순간을 평화롭게

 호스피스는 말기 환자와 그 가족을 사랑으로 돌보는 행위다. 암, 간경화, 심장병 등 더 이상 완치를 위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를 신체적, 정서적, 영적으로 돌봐주고 여생을 잘 정리해 마지막 순간을 평화롭게 맞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노 수녀는 "죽음의 순간까지 환자와 함께하는 호스피스는 삶과 죽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말기 환자의 경우 가족이나 환자 모두 절망에 빠지고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특히 환자가 집에 있으면 어떻게 돌봐야 할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불안하기만 하다.
 `가정 호스피스`는 이러한 재가 말기 환자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면서 임종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가정을 직접 방문해 환자의 통증완화와 증상조절을 돕는다. 또 환자의 우울, 불안 등에 대한 심리 상담과 삶과 죽음에 대한 영적 보살핌도 함께 제공한다. 그리고 가족들도 환자들이 겪는 불안, 우울, 불면, 헛소리, 혼돈, 구토, 호흡곤란, 복통 같은 상황에 대한 대처 요령과 환자 간호법에 대한 교육을 함께 받을 수 있다.
 해마다 6만여 명의 암 환자들이 생명을 잃고 있지만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는 말기암환자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호스피스 전문 인력이나 병동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병상 부족도 문제지만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들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가정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사실 환자의 투병과 임종 장소로 자신이 살던 집보다 좋은 곳도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말기 환자로서는 병원에 입원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이어가는 것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 가정 호스피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투병은 고통스럽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는 호스피스 환자들. 환자에게 남은 짧은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하는 가족들. 이런 열린 마음과 헌신적 자세를 통해 가정 호스피스팀은 아름다운 죽음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집안에 말기 환자가 있는 많은 가정들이 가정 호스피스에 손쉽게 문을 두드리지 못한다. 말기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전해주는 `가정 호스피스`를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모현호스피스와 전진상의원, 춘천 성골롬반의원, 성 바오로 가정 호스피스센터, 삼성산 호스피스 봉사회 등이 호스피스 교육ㆍ훈련을 받은 사회복지사,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등으로 팀을 구성, 가정 호스피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한다.
 장기간 가정에서 환자를 돌보다 지친 가족들이 환자를 맡겨놓고 잠시 쉬거나 또는 환자가 낮 시간 동안 머물며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주간 호스피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가족들이 겪는 인간적 아픔을 함께하고자 사별 전ㆍ후 가족을 위한 방문 및 전화 상담과 가족모임을 마련해 가족을 잃은 아픔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병동형 호스피스인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의 경우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 가정을 호스피스 팀원이 방문해 지속적 돌봄을 제공한다.
 노 수녀는 "병원마다 독립된 호스피스 병동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 방문 호스피스 서비스라도 활성화된다면 말기암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들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영비 마련 등 지원 필요

 환자의 종교나 경제사정은 상관없다. 멀리 있는 지역에서도 방문 요청이 늘고 있지만 여력이 미치지 못한다. 의료기관이 아닌 가정방문 호스피스의 경우 모든 서비스가 의료보험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운영비 전액을 호스피스 서비스 기관이 호스피스 봉사자의 자발적 봉사와 후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턱없이 부족한 운영비 마련이 시급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호스피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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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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