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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묵상] 1 - 임신부의 기도

저는 지금 생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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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는 지금 생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까만 방 한가운데 촛불 하나가 선명하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루카 1, 38) 여인은 떨림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한 생명을 오롯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태어나는 생명을, 그러나 인간의 죄를 대신해 죽어야만 하는 고귀한 존재를. 온 인류가 숨죽여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 대림이다. 2008년 현재, 세상 곳곳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그 무엇을 기다리는 이들의 묵상을 담았다.

사랑 가득한 어머니. 저는 지금 하나의 생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았던 모든 이들과는 다른, 살면서 만나온 무수한 관계들과도 다른, 여태껏 제가 가져왔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다른 소중한 생명입니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것은 모조리 피해왔던 제가 수많은 유혹들을 뿌리치며 열 달 동안 고이 간직해온 생명입니다. 주님께서 만들어놓으신 온갖 좋은 것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들려주고 전해주기 위해 아름다움만 눈에 담고 선함만 입에 올리며 하루하루를 손꼽아 기다려온 생명입니다.

자비하신 어머니. 이제 이 생명이 세상에 나오려 합니다. 비록 제 아이가 당신의 아이처럼 온 세상이 기다려온 생명은 아닐지라도, 훗날 전 인류를 구원한 당신의 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미천한 모습일지라도 이 아이의 축복을 빌어주소서.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갖게 된다는 천사의 말에 기쁘게 대답한 당신의 순명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들의 주검 밑에서 홀로 눈물 흘릴 수 밖에 없는 당신의 운명을. 이제는 바랄 수 있습니다. 주님을 따라 하늘로 올림받은 당신의 축복을.

기다리시는 어머니. 매일 밤 저의 기도는 기다리는 마음으로 되풀이됩니다.
부디 기다리게 하소서. 기다리게 하소서. 기다리게 하소서.
당신이 그러셨듯이 저도 한없는 희망으로 기다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사랑하게 하소서. 어떤 시련과 역경이 찾아와도 부디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고 당신의 자비하심을 본받아 끝까지 사랑하게 하소서.

앞으로 펼쳐질 고된 인생의 굽이에서도 이 아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품은 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진정한 용기와 진실한 사랑을 아는 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빌어주소서.

깨끗한 마음과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하느님의 자녀로 생활할 수 있는 아이가 되도록 인도하여 주소서.

저와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이 아이도 정갈한 마음으로 평생을 기다릴 줄 아는 이가 되게 하소서.

이상희 기자 bsng@catholictimes.org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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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31장 4절
주님은 저의 바위, 저의 성채이시니, 주님 이름 생각하시어 저를 이끌고 인도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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