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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묵상] 2 - 재소자의 기도

“아버지, 저는 지금 참 자유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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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계신 아버지. 저는 두려웠습니다. 남들보다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마음 나눌 이 하나 없이 세상을 산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전쟁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내 상처가 아파 다른 이의 상처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알았다고 해도 내게 해준 것 하나 없는 세상에게 미안하거나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자비하신 아버지. 하지만 저는 이제 뉘우치고 있습니다.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따스한 빛을 통해, 갇힌 이들의 무표정한 표정너머 흐르는 눈물을 통해, 찾아주고 기억해주는 이름 모를 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통해 제가 지은 죄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통해 당신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저 같은 죄인일지라도 일곱 번씩 일흔 번도 더 용서해주신다는, 당신의 자녀로 받아주시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허락해주신다는 당신 이름을 듣게 됐습니다.

용서하시는 아버지. 죄 많은 죄인이 여기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제가 여기 있습니다. 세상의 손가락질과 눈 흘김에 지쳐 사랑받기도 용서받기도 모두 포기한 깨어지고 부서지고 짓이겨진 나약한 제가 여기 있습니다.

감히 당신을 아버지라 부르기에 한없이 부족한 제가 지금 여기에서 당신의 용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용서로 새로 태어날 제 모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자비로 새로 시작될 제 남은 인생의 여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안에 살아 계시는 아버지. 진심으로 속죄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저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이의 아픔을 제가 대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더 이상 세상에게 버림받은 저 같은 죄인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용서해주소서. 당신의 자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소서. 남은 인생의 단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미천한 저도 당신의 나라를 기다릴 수 있도록 용기 주소서. 제 삶의 끝 날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도록 희망 주소서.

이상희 기자 bsng@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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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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