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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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천문의 해] 우주시대의 신학적 지평을 열며<2>

파괴적 삶 생명의 삶, 갈림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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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생성과 성장에 관한 신우주론 등장
과학적 발견 통해 하느님 신비 수용 가능
신우주론 시대, 갈릴레오 사례서 배워야

   대부분의 문화는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기원 이야기를 갖고 있다. 우리에게는 전통적 창조 이야기, 즉 창세기 1-3장이 있다. 오늘날 130억 년 된 우주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과학적 탐구를 통해 등장한다. 이것을 우리가 흔히 신우주론이라고 부른다.

창세기 제6일

 토마스 베리 신부는 자신의 저서 「지구의 꿈」에서 우리는 현재 멋진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아서 큰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는 두 이야기 중간에 끼어있다.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우리가 여기에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옛 이야기`는 더 이상 빅뱅(우주발생)을 이야기하거나, 우주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지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토마스 베리 신부가 `새 이야기`라고 부르는 것을 아직 배우지 못했다. `옛 이야기`는 여전히 전통적 우주론에 매여 있다. `옛 이야기`는 이런 신우주론의 발견들을 통합해야만 한다.
 `새 이야기`는 어떻게 우주가 만들어졌으며, 그것으로부터 우리의 지구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우리 행성에는 어떻게 생명이 나타나 그 자신을 의식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 진화하는 우주 이야기 속에 있는 우리 자신을 겨우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살펴보기로 하자. 지질학자들은 지구의 역사를 3대 주요시기로 구분한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지구 자신이 가장 위대한 생명의 만발을 이룩한 시대인 신생대에 살고 있다.
 신생대는 지난 6500만 년의 기간을 일컫는 것으로, 이 시기에는 모든 생물 종들이 다양하게 지구상에 존재한다. 신생대란 창세기에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것 을 보시고 그것이 "아주 좋다"고 말씀하신 제6일을 은유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의 생활기능들은 자연의 그물망처럼 우주전체의 존재와 기능에 완전히 의존해 있다.
 우리의 사고, 감정, 감각 능력은 우리들의 경이롭고도 장엄한 지구행성의 존재에 의존해 있다.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 역시 경이로운 창조주(로마 1,19-21)를 계시하는 우주경험에 의해 일깨워진다.
 그런데 인류가 지구행성을 환경호로몬, 유전자 조작, 장기매매, 엄청난 소비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위기를 몰아가고 있는 지금, 지구행성이 미래에 존재할 수 있게 될 것인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파괴적 생활 방식 경고

 21세기는 인류에게 있어서 아주 결정적 순간이다. 지구가 본래의 통합성을 잃게 되면 지구상에는 그 어떤 생명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근본적 창조질서가 인간의 탐욕에 의해 파헤쳐지고, 자연과 인간이 동시에 멸망할 위기에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그 회복의 총 규모를 평가할 도구가 우리에게는 전혀 없다.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우리는 신생대 종말을 초래하는 장본인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 앞에는 두 개의 길이 나 있다. 현재와 같은 파괴적 생활방식을 계속하거나, 혹은 우리의 삶의 양식을 성찰해 건강한 지구-인간 관계에 돌입하는 것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경제위기라기보다는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위기이다. 지금까지 근대화 패러다임이 몰고온 세계관의 위기이다.
 교회는 갈릴레오로 하여금 저술활동을 중단케 했다. 갈릴레오는 지구가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연중 태양 주변을 공전하고 있다는 코페르니쿠스 이론을 지지했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는 구약성경의 창세기 창조론이 쓰여졌던 당시나 문학에 대한 문헌비판이 개발되지도 않던 시대의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과학적 통찰력을 발견했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시대에는 사람들이 종교는 물론, 역사와 과학에 대한 지식을 완전히 성경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전자현미경이나 천체 망원경 같은 과학적 도구들은 전혀 개발되지 않았다. 그 이후 몇 세기 동안 과학이 우리에게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보다 발전된 통찰력 있는 지식들을 배우게 되면서, 교회는 이 새로운 지식들을 받아들였다.
 1996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진화에 대한 교황청 과학 아카데미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진화에 관한 의문은 인간의 근원에 관련된 문제이므로, 교회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생태위기와 관련해 계시와 창조에 대한 보다 풍부한 관점을 포용할 수 있도록, 하느님이 우리를 새로운 파스카 즉 대탈출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다양한 생물종의 실종, 석유위기, 그리고 광우병이나 구제역과 같은 폭력적 생활에 대해 성찰하고, 다시 우주와 일치를 이루는 삶, 즉 단순 소박한 생활양식으로 인도하기 위해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창조주 하느님이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나 약속의 땅을 찾아 사막을 헤맨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들 역시 낡은 세계관을 버리고 하느님이 어떻게 우주를 창조했는지에 대한 도전적인 문제에 수용하도록 우리에게 소명하고 있는 것이다.

신우주론 도전에 직면

 갈릴레오 시대 대다수 사람들도 역시 오랜 사고방식을 포기하는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이전의 지구와 태양에 대한 통념을 버리지 못했다. 갈릴레오 시대 후 300년이 지나서 교회는 갈릴레오와 당면했던 딜레마를 인정했다. 이와 같은 신우주론의 도전에 직면한 우리에게는 갈릴레오 사례에서 배울 점이 있다.
 새로운 천문학과 우주선, 인공위성과 같은 도구로 우리는 지구가 어떻게 시작되어 진화와 이 우주가 어떻게 팽창을 계속하고 있는지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과학적 발견을 통해 계시되는 하느님의 신비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구우주론에서. 새로운 세계관으로의 대탈출, 즉 토마스 베리 신부가 명명한 `생태대`로 향한 돌입은 지구의 미래 그 자체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떼이야르 샤르뎅 신부가 말한 바와 같이 "멸망하지 않으려면 우리 앞에 놓여있는 과제는 우리가 가진 묵은 편견을 떨쳐버리고 지구를 건설하는 것이다."

정 홍 규 신부(대구대교구 경산본당 주임, 산자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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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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