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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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기획]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40일 (3주차)

도전 3주차, ''초심 새기며 굳은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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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현상을 맞이한 기자들 중, 두 기자는 실패의 경험을 했다. 실패라고 섣불리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회개’를 통해 더 굳은 다짐을 한다.

사순의 절제를 함께 행하고 있는 어린이들과 어른들을 보며 힘을 얻기도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사순의 시간을 좀 더 귀하게 여기며 초심의 아름다운 마음을 가슴 깊이 새기기로 한다.

◆‘금육’오혜민 기자

고기를 먹었다.

내가 고기를 먹은 것에 대한 합리화를 하자면,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내가 고기를 먹은 것이 아니라 고기가 나를 당겼다. 둘째, 지난주는 생일이 있던 주였다. 게다가 화이트데이도 있다.

생일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여러 사람들의 집요한 ‘부탁’에도 넘어가지 않던 내가 지난 금요일, ‘딱 한번’이라는 핑계를 대고 고기를 먹었다. 닭.갈.비. 닭갈비는 어떻게 핑계를 댈 수도 없는 순 ‘고기’ 메뉴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좋다고 앉아 점심부터 종일 계속, 많이 먹었다. 20여일을 먹지 않았던 탓에 브레이크가 안 걸린다. 저녁을 먹고 치킨 날개에 다리까지 쪽쪽 빨아먹었다.

‘담배’를 못 끊는 사람들에게 ‘저 담배를 왜 못 끊을까’라며 이해를 못 했던 기자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고기’를 끊기란 내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말이다.

매일 밤마다 혈기왕성한 남동생이 냄새를 풍기며 고기를 굽고, 주위 사람들이 남긴 고기반찬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켜도 무너지지 않던 다짐이다. 그렇게 굳은 결심이 반나절 만에 무너지고, 밤이 찾아왔다.

무언가 울적하다. 그토록 먹고 싶은 ‘고기’였는데, 맛있게 잘만 먹었는데 왜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금연’과 ‘TV 끊기’를 하고 있는 다른 기자들은 지금 유혹을 잘 버텨내고 있을까.

나의 모습에 이내 실망스러워진다. 겨우 20일이다. 20일 만에 나는 ‘절제’의 끈을 놓아버렸던 것이다. ‘꽃등심’도 아니고 ‘닭갈비’ 따위에 무너진 것도 못내 아쉽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분명 고기를 먹지 않을 수 있었다. ‘생일’이라는 예외를 두고 ‘한 번쯤은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나는 금육의지를 지켜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사순 연재가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진정 사실이다. 하느님과 무엇인가를 약속하고 그것을 지키지 못한 다음, 이렇게까지 후회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토록 속상해 본 적도 없다.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굳게 다짐을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나는 다시 두부와 채소, 과일과 친해지리라 마음을 먹는다.

저 고기가 도대체 뭐라고. 절제의 마음으로 사순을 살고, 내 몸까지 좋아지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이번 주에 조용히 아무도 몰래 고해성사를 보아야겠다.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

언제나 이러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면, 참 행복한 사람이 될 것 같다. 나는 굳게 마음을 먹고 점심식사로 메뉴판에 적힌 제육볶음 바로 밑, 고등어조림을 시켰다.

◆‘금연’이승환 기자

‘나 혼자 건강하자고 담배를 끊다니.’

자주 찾는 금연 클리닉 홈페이지는 ‘흡연자 친구가 많은 사람은 흔히 이런 생각을 마음 한 구석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하고 있다. 3주째가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드는 생각이다. 죄책감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나 잘되려고’라는 생각이 앞선다. 하지만 금연은 이기적인 선택이 아님을 여전히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다.

사탄(?)의 유혹은 여전하지만 금욕과 절제를 통해 사순시기를 뜻 깊게 보내려는 동지들도 많아 용기를 갖는다. 드라마라면 만사 제쳐뒀던 옆자리 후배가 그렇고 고기 없이 밥 먹는 걸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건너편 후배도 마찬가지다. 수원교구의 한 신부님은 ‘나는 금연에 금주까지 하는데 이 기자는 너무 쉬운 거 아니냐’며 끝까지 잘 해보자고 다독인다. 성지순례를 떠나는 한 선배는 순례 기간 중 금주를 해볼 작정이란다. 음식을 먹는 것도 절제해 건강을 챙겨본다는데… 두고 볼 일이다. 한 본당에서는 본당 신자 전체가 금연과 금주로도 모자라 소비절제, 군것질 안 하기 등을 사순시기 캠페인으로 펼치고 있다고 한다. 꼬맹이 주일학교 아이들도 무언가를 하는데 내가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남이 보기에는 그저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이기적’인 일이겠지만 사순시기 자신과의 싸움을 힘겹게 감내하며 거룩하게 보내려는 동지들이 많기에 남은 기간도 그렇게 힘들 것 같지만은 않다.

‘절제’라는 단어로 성경을 검색해보니 내 지금 상황에 딱 맞는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얘야, 살아가면서 너 자신을 단련시켜라. 무엇이 네게 나쁜지 살펴보고 거기에 넘어가지 마라.(집회서 37장)’

다만 담배를 줄이다보니 커피를 입에 대는 횟수가 많아진 건 아쉽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담배 태우려는 욕구를 줄이기 위해 술도 더 많이 마신다. ‘그렇게 술 마실 거면 담배를 왜 끊나’라는 핀잔을 들을 만하다.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주의 금연길라잡이는 사탄들의 유혹을 어떻게 뿌리치느냐다.

‘담배 친구들은 매운 연기를 호흡하는 동질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나눈 이야기들은 왠지 더 정감이 가고 더 솔직한 듯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소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저 그 분위기에 익숙할 뿐이죠. 담배 없이도 사람들과 소탈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음을 잊지 말라.’

◆‘TV끊기’이지연 기자

“으아악! 시간이 안 가 미치겠구나! TV 안 보니까 시간이 안 간다. 안 가.”

드디어 폭발했다. TV를 볼 때는 한없이 빨리 가던 시간이 이제는 한없이 천천히 간다.

퇴근 후, 운동하고 책 읽고 인터넷 메신저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도 겨우 10시 남짓. TV를 볼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주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TV의 유혹에 시달리며 아슬아슬하게 보냈다. 안 그래도 힘들게 하루, 한 주를 보내고 있는 기자에게 이번 주에는 최대 고비가 찾아왔다. 방송국에서의 인터뷰 취재!

로비 곳곳에 설치된 대형PDP라는 사탄은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로 기자를 유혹했다. TV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자는 결국 그 달콤한 유혹에 무너졌다. 평소에는 보지 않았던 ‘스타골든벨’이라는 예능프로그램에 무릎을 꿇었다.

약속시간을 기다리며 TV모니터를 넋 놓고 쳐다보는 자신을 발견했다. 별로 웃기지도 않은 장면에도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저 TV를 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미 프로그램은 끝나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창피함이 느껴졌다. 한편으로 ‘차라리 ‘꽃보다 남자’에 유혹을 당했다면 이리 억울하지는 않았을 텐데’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창피함과 아쉬움에 취재원과의 인터뷰에도 집중이 안 됐다.

역시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TV의 유혹에 가끔씩 넋을 놓아버린 적이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나눠지고 갔던 ‘시몬’이 되고자 했던 기자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예수님을 부정하지 않겠다고 장담하고는 결국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한 ‘베드로’가 돼 있었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성경을 꺼내들었다. 닭이 세 번 울자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 내고 회개하는 베드로(마르 14,72)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회개가 있었기에 우리가 기억하는 베드로 사도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유혹에 빠졌던 기자도 회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머지 사순기간 동안 더욱 열심히 TV를 끊어보고자 한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온 한 신부님이 보내준 문자 메시지를 읽으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다.

“김수환 추기경님 왈, TV는 영혼을 죽게 하는 것이래! 파이팅!”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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