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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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기획] 십자가 길을 걷는 사람들 (3) 이명석·김수현씨

내 작은 봉사가 힘과 위로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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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어르신들의 쉼터인 `서울 서초 성심노인복지센터`에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수지침 봉사를 하고 있는 이명석씨. 이씨는 외로운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줄 수 있어서 더 즐겁다고 말했다.
 

■ 예루살렘 여인들

백성의 큰 무리도 예수님을 따라갔다. 그 가운데에는 예수님 때문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 때문에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 때문에 울어라”(루카 23, 27-28)

예수님, 당신께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실제 넘어지고 창끝에 찔리고 매 맞으신 당신을 우리 모두는 외면할 뿐이었습니다. 십자가의 무게조차 조금도 깨닫지 못하면서 걸음이 느리다며 당신을 몰아세우고 힐난했습니다.

그래도 당신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모두가 냉담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무리의 예루살렘 여인들은 당신의 고통에 눈물로 응답하였나이다. 당신의 죽음을 막을 수도 당신의 고통을 덜어줄 수도 없는 나약한 존재지만 끝까지 당신 곁을 지킨 것은 이들이었습니다.

당신의 고통에 위로의 눈물을 보내는 예루살렘 여인들에게 오히려 당신께서는 위로의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이제 당신께 청하오니 당신을 걱정하는 예루살렘 여인들의 모습처럼 저희가 저희 주변의 어려운 이웃 안에서 당신을 발견하게 하소서. 또한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풀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수난과 고통의 사순기간, 모두가 외면한 고통의 길에 끝까지 동참한 예루살렘 여인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3월 11일 오전 10시, 치매 어르신들의 쉼터 서울 서초성심노인복지센터 2층에 상 하나가 펼쳐지고 작은 치료실이 마련됐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복지센터를 방문하는 수지침 봉사자 이명석(아셀라·53·서울 난곡본당)씨와 김수현(70)씨는 숙련된 솜씨로 어르신들의 팔, 다리를 어루만지며 안부를 묻는다.

“할머니, 아프신 다리는 좀 어떠세요. 저번에 침 맞으셨던 자리는 좀 부드러우세요?”

치료가 끝날 때마다 어르신들은 적절한 의사 표현은 할 수 없지만 연달아 ‘고맙다’며 이씨와 김씨의 손을 꼭 잡는다.

어르신들에게 며느리 같고 친구 같은 이들이 반갑기만 하다. 이씨와 김씨 또한 치료도 치료지만 어르신들의 말벗이 된다는 것이 더 즐겁다. 한 할머니가 “감사해요”라고 하자 “할머니 그럼 감 4개 사야겠네”라고 맞받아친다.

이씨와 김씨가 이렇게 수지침 봉사를 해온 지도 벌써 19년이 됐다.

이씨는 “수지침을 배우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봉사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며 “레지오 같은 일반적인 모임도 좋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사고로 다쳤던 몸을 회복하기 위해 수지침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봉사활동과 집안일까지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놓치는 경우도 생겼다.

지난 여름 이씨는 척추디스크와 함께 뇌가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MRI 등 각종 검사에도 불구하고 약도 찾을 수 없었다. 입원해 있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봉사활동을 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많이 회복돼 다시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주님께서 다시 나가서 조금 더 일하라고 건강을 주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겁니다.”

이들에게 봉사활동은 기쁨을 쌓고 또 나누는 창고와 같다. 나를 위해서보다 남을 위해 살기를 바란다. 실낱같은 도움이라도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다고 고백한다.

“대단하진 않지만 그저 예수님의 마음을 따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의 통증을 덜어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끼거든요.”


▲ 19년째 치매 어르신들을 위해 수지침 봉사를 하고 있는 김수현씨. 김씨는 사고로 다친 자신의 몸을 회복하기 위해 수지침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자신보다 더 불편한 이를 위해 자식을 기쁘게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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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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