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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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기획]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40일 (4주차)

도전 4주차, 새로운 세상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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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기자들은 실패를 경험하고 무엇인가 자신을 다시 잡아 줄 것을 찾았다.

금육을 결심한 기자에게는 ‘봄나물’이, 금연을 결심한 기자에게는 ‘사람들의 담배냄새’가, TV 끊기를 결심한 기자에게는 ‘사순특강’이 힘이 됐다. ‘40일’은 기자들에게 매일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금육’오혜민 기자

닭갈비에 무릎을 꿇은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짐을 꾸렸다. 무엇인가 나를 단단하게 잡아줄 것이 필요했다.

사실 사순기간 내내 금육을 결심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절제해 보자는 취지가 가장 컸지만, ‘소박한 밥상’을 마련해보자는 뜻도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야 고기를 먹지 않으면 회를 먹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소박한 밥상은 지금까지도 역시 ‘채소’인 것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경상도 상주시 화북면 송학마을을 찾기로 했다.

충청도와 경상도의 경계에 있는 이 마을에서 나는 귀농한 최미연씨를 만났다. 사순기간의 취지를 말씀드렸더니 ‘소박한 밥상’을 차려주시겠다고 했다.

우선 나물을 캤다. 머위, 미나리, 냉이, 달래, 씀바귀, 꽃다지. 나물을 캐며 봄을 의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초등학교 식물도감에서 보았던 것 같은 나물들이 자라 있다.

씀바귀하고 비슷하게 생긴, 애꿎은 민들레 잎사귀만 자꾸 캐낸다. 호미질도 처음이다. 아니, 땅에 쭈그려 앉은 것조차도 오랜만인 것 같다. 5분마다 허리를 편다.

나도 소박한 밥상을 즐겨 차렸다. 내가 말하는 소박한 밥상은 햄에 김치, 쌀밥 정도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3분 요리’를 소박한 밥상이라고 하기도 했다.

해가 기울었다. 바구니 가득 캔 나물을 들고 요리를 함께 했다. 나물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는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요리를 바라보기만 한다.

말랑말랑한 냉이를 골라 검은깨 튀김옷을 입혀 튀겨냈다. 머위는 된장에, 씀바귀는 고추장에 무친다. 달래는 간장과 깨로 ‘달래장’을 만들었다. 콩나물을 한가득 삶아 밥에 얹었다. 달래장을 얹어 쓱쓱 비빈다. 낮에 캔 나물들이 밥상에 올라와 있다. 땀을 흘린 탓인지 최고로 맛있다. ‘햄’ 따위는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소박한 밥상도 아니다. 나물로 만들어진 진수성찬이다. 맛있다, 맛있다, 맛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진짜 먹거리다.

이제 조금은 힘이 난다. 40일간의 금육은 내게 참으로 많은 것을 알려준다. 하느님의 뜻이다. 취재수첩 한 장에 씀바귀를 먹다 흘린 고추장 자국이 남아 있다.

◆‘금연’이승환 기자

금연 4주차. 장인어른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예전 장인어른이 담배를 끊게 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애연가였던 장인어른은 그렇게 좋아하던 담배를 순식간에 끊었다. 냄새 때문이었다고 한다.

십 수 년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장인은 옆 사람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가 그렇게 불쾌했다고 한다. 집에 올라온 장인은 그 길로 담배를 끊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담배를 태우지 않고 있다.

담배를 태울 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서 장인어른이 그때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했다. 먹골역에서 탄 중년의 아저씨는 하루 두 갑 정도의 담배를 태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건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생머리 아가씨의 향수 냄새 언저리에는 담배 냄새가 은근히 자리하고 있다. 물론 내가 의도적으로 냄새에 집중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냄새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집에서 나오며 한 가피. 지하철에 내려 한 개비를 입에 물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술자리에서 옆 사람 생각하지 않고 연신 피워대던 담배로 인해 인상을 찌푸렸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새 옷 입고 매일 샤워하면 뭐하나, 이 냄새가 매일 나에게서 났을 것 아닌가. 아휴~정말….

먹골역에서 만났던 대머리 아저씨와 건대입구에서 만난 생머리 아가씨 덕분에 의지가 생겼다. 고마워요 여러분들. 당신들이 풍긴 냄새 덕분에 난 4주째도 담배 없이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냄새 폴폴 풍기며 불쾌한 아침을 시작해 봐요.

이번 주 금연 길라잡이는 흡연하고픈 상황 극복 방법이다.

- 당신의 금연 이유와 당신의 건강, 당신의 경제, 당신의 가족 등 금연으로 얻은 모든 이점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십시오.

- 당신에게는 단지 한 개비, 내지는 단지 한 모금도 없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 술을 피하십시오. 음주는 금연성공의 기회를 낮춥니다.

◆‘TV끊기’이지연 기자

솔직히 지난번 유혹에 넘어간 이후 어쩔 수 없이 TV를 몇 번 봤다.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보는 것보다는 본방송을 사수하는 그 묘미를 아는 사람들은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그래서 ‘안 되는데, 안 되는데’를 연신 외치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못 볼 것 같아 CSI 시즌 9를 살짝 봤다.

다 보고 나서야 또 다시 몰려드는 후회. 참으로 무서운 것이 처음이 어렵지 한 번 두 번 유혹에 넘어가다 보니 후회도, 자책감도 줄어들었다. 역시 TV 앞에서 기자는 참으로 나약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하느님께서는 각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신앙체험을 하게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TV 안보는 대신 본당 사순특강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바쁘고 피곤했지만 이번 특강은 꼭 참석해보고 싶었다. 가만히 강의시간을 기다리며 앉아서 생각해보니 취재 외에 개인적으로 사순특강을 들어본 것이 처음이었다.

만약 집에 있었다면 편히 누워서 ‘태희, 혜교, 지연이’와 ‘사랑해, 울지마’를 연달아 봤을 지도 모른다. 근데 같은 시간에 어떤 이들을 신앙을 위해 열심히 미사와 특강에 참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TV에 집착할 때와는 다른 세계를 알게 됐다.

오후 8시가 되자 ‘미사를 통한 회개’라는 주제로 가톨릭대 손희송 신부님의 강의가 시작됐다. 강의 중에 신부님께서 사순동안 자신만의 약속을 정해서 지켜보라는 제안을 하셨다. 이미 자신과의 약속을 깨뜨려버린 사람으로서 마음이 뜨끔했다. 평소 뻔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기자도 이번만큼은 창피했다. 그나마 위안은 신문에 얼굴이 나가지 않았다는 것.

다행히 이번 강의에서 기자에게 위로가 되는 말을 들었다. ‘회개란 악으로부터 유턴해 주님께 가는 것’이란다. 이제 다음 주면 스스로 만든 족쇄(?)에서 벗어날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TV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주님을 향한 회개의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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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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