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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천문의 해] 우주시대의 신학적 지평을 열며<11>

6. 이 모든 것의 존재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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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별 안에서 만들어졌다가 우주로 흩어져간 원소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시 모여들어 제2세대 별을 이룬다. 당연하게도 제2세대 별 안에서는 더 많은 종류의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학자들 발표에 의하면 우리의 태양은 제3세대 별이라고 하니, 현재의 지구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92종류의 원소들은 모두 1, 2세대 별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밤하늘 높은 곳에서 빛을 내면서 우리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는 별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의 고향인 셈이고, 그 빛은 지금도 열심히 핵융합을 하고 있다는 표시이다.
 
 우주는 나와는 상관없는 존재가 아니라 바로 내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집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크기가 엄청나서 그렇게 와 닿지 않지만 매우 가까이 있는 존재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초속 약 460m의 속도로 자전하면서 태양을 중심으로 초속 약 29.7km의 속도로 공전하고 있고, 우리 은하를 중심으로 태양을 따라 초속 약 220km의 속도로 돌고 있다.
 
 이러한 회전 운동 덕분에 지구 위에 이렇게 많은 생명체들과 더불어 내가 살아갈 수 있다. 우주는 지구가 이렇게 회전운동을 할 공간을 제공하고 일정한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내가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호흡하고 있는 공기, 마시는 물 모두 이 우주 안에서 만들어진, 기록되지 않은 장구한 이야기를 지닌 존재이다. 오늘도 내가 먹고 힘을 내는 음식의 원천은 우리 태양이다. 46억년이나 된 태양이 지금도 끊임없이 핵융합을 하면서 빛을 통해 에너지를 꾸준히 지구로 보내주고 있기에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점보비행기가 날아가는 10km 상공의 온도가 -50℃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보다 더 나아가면 평균 온도 -269℃ 의 공간을 만나게 된다. 평균온도 15℃인 지구에서 각종 음식물을 먹으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태양이다.
 
 태양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에너지원이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이동하고, 비와 눈이 오고, 파도가 치는 등 모든 기상현상이 가능하게 한다. 1억5000만km의 거리를 거의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지구를 데리고 다니기에 우리가 마실 물이 지구에 존재하게 한다. 과학자들은 태양이 지구를 이보다 조금만 더 가까이 두면 온도가 높아 물이 모두 수증기로 기화한 상태로 있을 것이고, 조금만 더 멀리 두면 모두 얼음의 형태로 있을 것이라 한다.
 
 우주에 대해 탐구하면 할수록 우리는 우주와 분리시킬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존재란 것을 알게 된다. 나 한 사람 이 지구 위에서 존재하기 위해 동원돼 있는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천문물리학자들은 여기까지 말하고 있고 말을 여기서 그치는 것이 자신의 경계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성적 관찰과 탐구, 분석과 종합의 대상이다.

 원숭이는 여기까지도 질문할 엄두를 낼 수 없지만, 우리 인간은 질문하기를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럼 빅뱅의 원인은 무엇이고, 그 고밀도 에너지의 기원은 무엇이며, 빅뱅 이전에는 어떠했나? 이 모든 것이 어디서 유래했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있나? 이 질문에 대해서는 천문물리학적 방법만으로는 답할 수 없다. 이것은 단순히 이성적 탐구만의 영역이 아니라 감성적, 의지적, 영성적 탐구의 영역으로 들어선 질문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이유와 해야 할 과제가 바로 이러한 근원적 문제를 탐구하고 이해하며 감사하고 찬미하는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작업에서 우리가 단순히 존재하기만 하는 식물이나 짐승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인격적 존재인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장, 환경과 영성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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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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