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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천문의 해] 우주시대의 신학적 지평을 열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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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은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의 늪에서 헤매다가 삶의 에너지와 시간을 소진해버리고 마는 불행에 빠져들 수 있다. 이런 때 농부가 과일나무 가지치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정보의 홍수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우선 나무와 거리를 유지해 전체를 한눈으로 바라보며 보존해야 할 것과 잘라야 할 것을 정한 다음 큰 가지부터 먼저 정리해간다. 우리의 삶을 화성이나 금성에서 바라본다면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고 무엇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한 눈에 보일 것이다.
 
 우리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의 세계는 전파의 넓은 영역 중 극히 좁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맨눈이나 망원경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은 존재하는 것의 4다. 물질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관측대상이 되지 않는 암흑물질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22다. 나머지 74는 암흑에너지라고 한다.
 
 관찰이 가능한 물질에 대해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이 많지만 알지 못하는 것 역시 많고 탐구를 계속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겠지만 아무리 탐구해도 알아내지 못할 것도 많다.
 
 상대성이론으로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가 된 아인슈타인은 닐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발표한 양자론에 대해 수긍하기 힘들어 했다.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는 마치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와 같이 일정한 위치를 점유하면서 일정한 속도로 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그에겐 전자가 위치도 속도도 제대로 알 수 없고 관찰자의 주관에 큰 영향을 받는 모호한 존재라는 양자론은 논리를 초월한 시의 세계와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나의 세계관」이란 그의 저서를 읽어보면 그는 천문물리학이 알아낼 수 있는 영역은 존재세계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도 존재세계가 지닌 신비감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는 대화가 가능한 인격적 초월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지녔지만 세상을 창조한 초월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렇지 않고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거시세계를 설명하는 그의 상대성이론은 미시세계에는 적용되지 않기에 미시세계에도 적용되는 하나의 이론, 즉 통일장을 알아내고자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더 노력했더라도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의 후반기에는 물리학에 대한 연구보다는 유다인들의 생존과 세계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는 대화가 가능한 인격적 존재로 믿은 유다인들의 하느님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음을 그의 책을 통해 감지할 수 있다.
 
 하이젠베르크의 양자론에 의하면 미시세계로 깊이 들어가 전자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려 하면 할수록 전자는 자신의 정체를 감춘다. 이제 더 이상 엄밀한 과학적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관찰자의 주관이 개입하게 되는 일종의 시의 세계로 모호해지고 만다.
 
 현재 개발 중에 있는 초끈이론의 주장을 읽어보면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앞으로 좀 더 다듬어지기는 하겠지만 알 수 없는 영역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거시세계는 인류의 관측능력이 닿는 만큼 자신을 열고 있다. 앞으로 성능이 더 좋은 망원경들이 개발되면 거시세계에 대한 이론도 달라질 것이다. 거시세계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아무리 더 확장된다 하더라도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서 살아갈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인류는 지구에서 살아가도록 창조된 지극히 지구적 존재이다. 이러한 이유로도 지구는 점점 더 소중한 존재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모든 생명체들의 생명현상은 신비하고 고귀한 존재이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장, 환경과 영성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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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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