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오후 2시 원주교구 대안리 한종범(스테파노)·최춘옥(바르바라) 부부의 집 앞마당.
“빨리 안 나오고 뭐해. 논에 홀애비 풀이 자라서 얼른 걷어내야 한단 말이여.” 뙤약볕으로 섭씨 32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한 회장은 부인 최씨를 재촉하기 바쁘다.
“좀 쉬엄쉬엄해요. 날도 더운데 쓰러질 일 있어요. 뭐가 그렇게 급하데요.” 부인 최씨는 투덜대는 말투로 남편을 흘겨보지만 별 도리가 없다. 할 수 없이 밀짚모자와 장화를 챙기고 서둘러 한 회장을 따라나선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집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논. 논에 도착하자마자 한 회장이 한숨부터 쉰다. “이게 언제 이렇게 많이 자랐데.” 논을 한 바퀴 둘러본 한 회장의 표정에는 홀애비 풀로 쌀농사를 망치지 않을지 근심이 가득하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려고 논에다가 우렁이를 넣었는데 우렁이가 먹지 않는 풀이 있네요.”
한시라도 방심하게 되면 1년 농사를 망치기 일쑤라 한 회장은 항상 긴장 하며 살아간다. 더욱이 가을이면 서울 화곡본당에 공급할 예정의 쌀이라 더 애착이 가는 터였다.
“도농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죠. 농사를 망치게 되면 도시 사람들이 얼마나 실망하겠어요. 소비자들이 쌀을 맛있게 먹어주는 게 농사꾼으로서 가장 뿌듯하죠.”
“한숨만 쉴 거에요. 논 안 매고 뭐해요.” 이번엔 아내 최씨가 논두렁에서 논을 멍하니 바라보던 한 회장을 재촉한다. 대안리로 시집온 지 30년째인 부인 최씨가 자신보다 더 능숙한 솜씨로 논을 매자 한 회장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8년째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 회장 부부는 농사꾼으로 일하며 창조질서 보존에 앞장서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유기농으로 전환하니 처음에는 수확량이 떨어져 속상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농약과 화학비료를 써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게 더 죄를 짓는 것 같더군요. 무엇보다 도시 사람들에게 겉보기만 번지르르한 농산물을 판다는 게 싫었습니다.”
1시간에 걸친 논매기를 마치고 부부는 10여 가지의 채소를 재배하는 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희 부부의 채소 백화점이죠. 저희가 먹기도 하고 도시 사람들에게 나눠 주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맛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다시 찾게 돼 있어요.”
밭일 또한 하루라도 방심할 수 없다. 벌레를 잡아주는 등 손수 어루만지며 정성을 다한다. “제 자식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정성을 다하는데 건강에 좋지 않겠습니까. 농산물도 정성을 다해야 안전한 먹을거리가 되는 겁니다.”
한 회장 부부는 “농사일에 정성을 다하지만 많은 농민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며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가족농에게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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