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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남북평화통일미사 1 / 손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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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셋째 토요일에는 군포시 당동에 위치한 ‘성 요한의 집’에서 남북평화통일을 위한 미사가 있다. 미사 해설 봉사에 초대되어 다닌 지도 벌써 5년이 되었다.

이사 전 다른 본당에 있을 때 남북평화통일 후원 미사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매일 기도에 더하였다. 이사 후 3개월간 오롯한 기도와 묵상을 하던 때였다. 제대회 봉사를 하시던 자매님으로부터 ‘성 요한의 집’ 해설 봉사라는 제안을 받았고 수락했다. 하느님의 새 부르심이라는 소명감을 갖고 ‘성 요한의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신부님은 몇 년 전 미사 중에 뵌 적이 있는 허보록 필립보 프랑스 신부님이어서 깜짝 놀랐다.

미사 중 감사기도를 본당과는 달리 제1양식으로 하시기에 다른 평일 미사(성직자를 위한 미사, 치유미사)를 참석하며 익숙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사 후에는 성시간 안에서 남북평화를 위한 기도문을 바치고 성체강복에 이어 성인 성녀들의 전구 기도를 바친다.

작은 경당은 신부님의 정성 어린 미사 집전과 신자들 열기로 가득 채워진다.

그러던 중 신학원에서 한국교회사를 배우면서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님들이 한국교회사에서 복음 전파와 교회설립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셨는지 알게 되었다. 초대 주교님이신 브뤼기에르 신부님은 한국으로 도착하기도 전에 병을 얻어 돌아가시고 그 뒤를 이은 모방 신부님, 앵베르 주교님 등 많은 신부님이 열악한 환경과 박해의 시련 속에서 직무 사제직에 최선을 다하셨다.

하느님 명령에 따라 선교 사업에 온 생애를 바치신 24명의 순교자가 있었고 1984년 성인품에 오른 103위 가운데 10명이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이다. 이런 사실들을 알아가면서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님 곁에서 봉사한다는 것에 작은 긍지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신부님! 신학원에서 파리외방전교회에 대해서 배웠어요. 브뤼기에르 신부님 등 그분들의 이름을 알고 배우는 것이 참 재미있어요”하고 말을 건넸더니 “오, 그래요? 맞아요! 브뤼기에르 신부님이 초대 주교님이세요”하신다.

그리고 얼마 지나 작은 경당 뒤 유리관에 전시된 파리외방전교회 신부님들의 유해와 사진을 보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한동안 과연 내가 이 봉사를 할 자격이 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알량한 지식, 문자 몇 줄 단지 그것을 아는 재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하느님 소명에 순종하여 낯선 땅, 완악한 법 앞에 목숨을 내놓은 이분들의 숭고한 삶을 어찌 재미 운운 할 수 있었던가?

이기적 신앙의 소유자인 나의 바닥을 보며 회개와 믿음으로 이끌어 주시는, 빛이신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손유미 (율리안나ㆍ제1대리구 권선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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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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