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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사랑하는 ‘수가소소’(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 오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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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나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9년 반의 공부를 마치고 귀국했다. 사회에 발을 담근 지 1년이 채 안 됐을 때 교구 어린이 합창단(현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 제안을 받았다. 경험 없는 내가 교구합창단을 창단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위태로운 것인지 알았기에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지금 나는 아이들과 서로의 신앙과 감정을 나누며 지내고 있다.

초등학생 때 입단한 아이들은 합창단에서 성장하며 사춘기를 맞이했다. 급격하게 변하는 자신들 감정에 휘둘리면서 합창단을 나가려는 아이들도 종종 생겨났다. 나는 아이들의 생각, 고민, 좋아하는 것 등등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느님 음악을 한다는 목적으로 밀려오는 공연과 촉박한 스케줄에 아이들을 들들 볶았다. 정작 성가를 부르는 아이들 생각은 무시한 채 나의 부담감을 덜어내려고 끊임없이 연습만 시키는 매정하고 차가운 지휘자가 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찾아온 천사 같은 부지휘자와 두 명의 반주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나를 끈끈한 끈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해줬다. 덕분에 연습 때는 무섭지만 끝나고 나면 허당끼 있는 지휘자로 아이들과 수다도 떨고 떡볶이도 같이 먹고 가끔은 사춘기 아이들 연애사도 간섭하는 친한 이모(?) 같은 지휘자로 변해갔다.

얼마 전 가장 시끌벅적한 아이들 8명이 졸업을 했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녀석들이기에 코로나19로 작년 한 해 동안 아무 활동도 못한 채 떠나보내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작게나마 졸업연주를 언택트로 열어줬다.

아이들은 그동안 합창단에서 함께하며 느꼈던 점을 각자 영상으로 제작해 보내왔다. 노래 중간중간 삽입된 영상들을 보는 내내 눈물이 쏟아졌다. 힘들었을 시기를 나와 함께 하느님을 놓지 않았던 아이들. ‘밀려오는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성가를 부르며 해소하였다’고, 또 ‘힘든 공연들이었지만 누구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아이들은 하느님 안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장해 있었다.

지금도 난 생각한다. 하느님은 아마도 나의 손을 빌려 이 아이들을 택하시고, 나의 목소리를 빌려 이 아이들에게 당신의 소리를 들려주시고, 이 아이들 목소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당신 마음을 보여 주신 거라고….


오선주(루치아·제1대리구 진사리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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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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