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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천주 섭리 수녀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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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수녀회의 정신은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다.”(회헌 1852)

이 내용은 수녀회 첫 회헌에 명시된 후, 현재까지 강조되고 이어져 내려오는 정신이다. 영성도 이 내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케틀러 주교는 하느님 섭리에 대한 신뢰를 통해, 당시 교회와 사회가 처한 상황 속에서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한’(필리 2,8)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교회에 충성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투신했다. 마리 드 라 로쉬 수녀는 케틀러 주교와 뜻을 같이하면서 활동과 결합한 관상의 정신을 모범적으로 살아냈다.

케틀러 주교가 수녀회 영성에 기초를 놓고 회원들이 살아야 할 길을 제시했다면 마리 드 라 로쉬 수녀는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일에 직접 참여했다. 이들의 공통된 신념은 하느님 섭리대로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것이었다.

‘모든 일이 하느님 뜻 안에서 일어난다’는 믿음은 결코 무기력한 운명론이나 체념에 빠져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올바른 일을 소신껏 추진하게 하고, 세상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면서도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일에 투신하는 용기를 준다.

케틀러 주교는 어려움의 폭풍우 속에서도 하느님이 자신을 지켜 주었다는 확신과 하느님은 큰일을 하기 위해 종종 보잘것없는 이를 도구로 사용하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우리는 늘 하느님 계명에 복종해야 하고 모든 것 안에서 그분의 섭리에 따라 우리 자신을 내드려야 하고, 하느님의 거룩하신 뜻은 모든 것의 마지막 목적”이라며 주님 뜻에 온전히 따르고자 했다.

1877년 7월 13일 66세 나이로 선종한 케틀러 주교는 회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그리스도께서 삶과 수난을 통해 말씀과 모범으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신비를 깊이 새기십시오.” 인간은 난관을 극복하고 정의를 성취할 수 있는 정신적 존재임을 강조한 그는 새로운 시각을 지닌 사회개혁의 선구자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한 그의 생애와 정신은 오늘날까지 기억되고 있다.

회원들은 성령의 인도를 받아 설립자들의 정신을 추구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처럼 살고자 한다. 또 이를 기초로 변화하는 시대 요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을 살아가려 노력한다.

“저희가 받은 은사와 지구에 대해 책임 있는 청지기로 충실히 살아감으로써, 시대의 악과 불의에 용감히 직면함으로써, 하느님 백성의 기쁨과 고통에 온 마음으로 동참함으로써,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이룩하고자 애쓰는 선의의 이웃들과 희망차게 협력함으로써 세상에 주님의 섭리가 더욱더 드러나도록 헌신하겠나이다.”

회원들이 매일 바치는 섭리기도는 하느님 섭리에 대한 믿음과 응답을 어떻게 이뤄내고자 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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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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