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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교구 지정 순례지 탐방] (13)어농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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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4년 12월 14일 복음을 전하고자 중국인 주문모 신부(1752~1801)가 압록강을 건너 조선에 발을 들였다. 이는 1789년 교회 밀사로 선발돼 북경에서 구베아 주교를 만나 사제 파견을 간청하고, 한국인 최초로 견진성사를 받는 등 중국 베이징을 네 차례나 오간 윤유일(바오로)과 그의 동료 최인길(마티아), 지황(사바) 세 사람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밀고로 주 신부의 입국 사실이 관가에 알려졌다. 세 밀사는 현장에서 주 신부를 탈출시키고 체포됐다. 그들은 매질을 당하면서도 주 신부의 행방에 대해서 털어놓지 않았다. 이들은 혹독한 매질 끝에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

주문모 신부는 이후 6년간 강완숙(골롬바) 집을 거점삼아 사목 활동을 펼쳤다. 그의 노력에 조선 내 신자 수는 1만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신자들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주 신부는 1801년 3월 더 이상 박해로 희생당하는 이들이 나오지 않길 바라며 자수했다. 이후 두 달 뒤 그는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어농3리에 위치한 어농성지(전담 박상호 신부)는 주문모 신부를 모셔온 세 사람의 밀사와 윤유일의 동생 윤유오(야고보)의 묘, 윤점혜(아가타), 강완숙(골롬바) 등 1795년 을묘박해와 1801년 신유박해 때 희생된 복자 17위를 모신 곳이다. 이 중 윤유오의 묘를 제외한 나머지는 실제 순교자의 유해가 모셔지지 않은 의묘다.

어농성지가 성지로 개발된 것은 1987년 윤유일 복자의 후손들이 이천시 모가면 어농리에 순교자인 윤유오의 묘와 윤유일의 조부, 부친 등 파평 윤씨 일가의 선산이 있음을 교구에 밝히고 제공하면서부터다. 이후 교구는 이 선산을 성지로 개발해 1987년 9월 15일 당시 2대 교구장 고(故) 김남수 주교가 축복하고 성지로 선포했다. 그리고 2002년 8월 3대 교구장 최덕기 주교에 의해 ‘을묘, 신유박해 때 순교한 선조들을 기리고 현양하기 위한 기념성지’로 선포됐다.

성지는 교구 내 ‘청소년성지’로 알려져 있다. 이는 2007년 성지가 ‘청소년들을 위한 성지’로 선포된 것과 현양하는 17위 복자들 중 18세였던 심이기(바르바라), 26세 원경도(요한), 28세 지황(사바) 등 젊은 나이에 순교한 이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일 시기에 신앙을 지키고자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이들의 순교는 현재 청소년·청년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성지는 청소년들이 성지에 있는 다양한 곳을 다니며 복자들의 희생정신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됐다. 우선 성지 내 성당 오른쪽 아버지 상을 지나 길을 오르면 차꼬, 혁편, 장, 철색, 축 등의 형구가 전시돼 있어 순교자들이 겪었던 고통을 묵상할 수 있다. 성지 왼편으로 나오는 순교자 묘역 야외 제대에 걸린 명패에는 윤유일 복자가 순교 직전 남긴 유언인 ‘천만 번 죽을지라도, 저 십자 형틀에 묶이신 분을 배반할 수 없소’가 쓰여 있다. 이는 코로나19라는 시련으로 활동이 중단돼 쉽게 좌절하고, 신앙을 잊어가는 청소년·청년 및 우리들에게 반성의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제대에서 묘역 쪽으로 가면 윤유일 복자 동상과 주문모 신부의 동상이 있다. 청소년들은 두 분 동상을 보며 다시 한 번 순교신심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당 앞 십자가 동산에서 앞서 다녀간 이들이 쓴 방문 소감 등을 보며, 신앙에 새 활력을 얻어갈 수도 있다.

성지는 현재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박상호 신부 주례로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모신 성당에서 매 미사마다 순례객들과 함께 200주년 탄생 기도문을 봉헌하고 있다. 교구 지정 순례지인 만큼 신자들은 이곳에서 전대사를 받을 수도 있다.

박 신부는 “성지는 성 김대건 신부님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신앙 불모지였던 조선에 신앙을 꽃피우고자 노력한 이들을 모신 장소”라면서 “김대건 신부님과 같은 신앙 선조들을 탄생시킨 시작점으로 그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자들의 희생을 막고자 목숨을 내던진 주 신부를 비롯해, 젊은 나이에 목숨을 바쳤던 복자들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에게 신앙적 헌신과 희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신부는 “현재 많은 분들이 가족 단위로 성지를 방문한다”며 “성지를 찾는 분들께 이곳에서 청소년을 위한 신앙 체험을 한 뒤, 인근에 있는 단내 성가정성지와 더불어 가족이 함께 신앙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순례를 해보면 어떨까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청년 대상으로 진행됐던 성지 내 프로그램들은 코로나19로 중단됐지만, 가족 단위 소규모 피정은 열려있다”며 “성지란 어려운 장소가 아니라 누구라도 방문하고 쉬어가고 기도할 수 있는 장소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031-636-4061 어농성지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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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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