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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신앙도 ‘아무거나’ / 최영균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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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삶이 공공재(?)이다 보니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다.

최근 아는 목사님이 사제관에 오셔서 차를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교회 현실이 주된 내용이었는데, 이분이 대뜸 “천주교가 잘 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예?”하고 나도 모르게 토끼처럼 동그래진 눈으로 되물었다. 목사님 이야기는 세상 인심이 목사와 개신교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서 창피할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반면 천주교는 이미지가 좋은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 조사 기관에서 2020년 6월에 실시한 「종교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불교와 천주교에 대해 ‘온화한,’ ‘절제적인’ 같은 긍정적 이미지를 보이는 반면, 개신교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싶은’ 32, ‘이중적인’ 32, ‘사기꾼 같은’ 29 등 부정적인 단어가 나타나 개신교에 대한 국민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목사님 질문에 신앙의 문화적 차이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즉 가톨릭의 신앙 문화는 초대 교회부터 지향해 온 공동체를 보다 중심에 두고 있다면, 개신교는 르네상스 시대 인본주의의 물결을 타고 보다 개인을 중시했던 점이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의 가치와 규범이 가톨릭 신앙인들과 성직자 사이에 강하게 뿌리내려 있고, 그 결과 외적으로 질서정연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을 것’이라며 이야기를 마쳤다.

대화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목사님이 점심 먹으러 가자며 “신부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라고 물으셔서 “아무거나 좋아요. 목사님 원하는 거 드세요”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목사님이 농담으로 “아무거나도 가톨릭 문화인가요?”라며 웃으며 반문했다.

사실 신자들과 식사할 때도 늘 ‘아무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거 먹으러 가자’고 말하곤 한다. ‘아무거나’ 먹자는 말은 아마 다른 신부들, 신자들에게도 익숙한 표현일 것이다. ‘아무거나’라는 말에는 내가 아니라 상대방 원의와 이익을 배려하는 뜻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가벼운 에피소드이지만, 가톨릭교회가 우리 사회에 호감을 주는 이유는 바로 나 개인보다는 공동체 이익과 원의를 존중하는 문화가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개신교는 개인의 신앙, 즉 하느님과 내가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가톨릭은 전승되는 신앙 유산을 중시하여 교회 공동체에서 헌신한 성인들을 공경하고 함께 기도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또한 현재 이웃들이 함께하는 친교와 나눔 속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부의 유무, 지위의 고하, 각양각색의 기호를 떠나 타인을 위해 아무나 친구가 되고 받아들이는 자세, 그것이 가톨릭교회의 문화가 아닐까, 혼자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최영균 시몬 신부
제2대리구 호계동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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