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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무릎을 꿇고 주님께 좀더 가까이 / 한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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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신체의 부자유를 스스로 선택한 것으로 어떤 굴욕도 감내하겠다는 체념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전쟁이나 전투에서는 진 사람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의 의미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듭니다. 병자호란 때 인조는 청나라 태종에게 3번 절하고 9번 머리를 조아리면서 무릎을 꿇어야 했으니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죠.
무릎 꿇기의 또 다른 의미는 ‘진심이 담긴 참회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를 찾은 빌리 브란트 당시 서독 총리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유다인 추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의 방문을 정치적인 쇼라고 폄하하던 폴란드 사람들도 감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제 성당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예전에 우리는 미사 중 감사기도 동안 장궤틀에 무릎을 꿇고 하느님께 경배 드렸습니다. 무릎이 좀 아프긴 했지만, 참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에 지극한 경외심을 드러내는 나의 작은 공손함의 표현이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많은 성당에서 장궤틀이 없어지면서(아직 있는 본당도 있습니다만) 이제는 앉아서, 서서 미사참례를 하는 제 모습을 봅니다. 코로나19 시국이라 성가도 부를 수 없으니 ‘미사 참례’라고 말하기보다는 ‘미사 관람’이라고 여길 정도로 주님을 향한 나의 작은 몸짓도 허락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이슬람교가 전체 인구 34를 차지하고 있고 가톨릭 신자가 소수인 아프리카 나라 중 에티오피아로 가볼까요? 저의 주일학교 첫 제자이자 현재는 살레시오수녀회 소속으로 에티오피아에서 선교사로 지내는 정경진 수녀님 SNS를 보니 현지 신자들의 신앙적인 모습이 적혀있었습니다.

“우리는 에티오피아 남부의 마을을 방문했다. 성당에 오는 사람은 들어가기 전에 성당 입구에서 무릎을 꿇는다. 성스러운 순간이었다. 하느님은 그의 백성의 기도를 들어주신다.”

사진은 신자들 모두 성전 입구에서 무릎을 꿇고 주님께 경배한 뒤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200년 전 우리 신앙 선조들은 목숨을 바치며 어렵게 신앙을 지키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조금 불편하다는 이유로 너무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이번 주에 성당에 가게 된다면, 에티오피아 신자들처럼 성전 입구에서 무릎을 꿇을 순 없어도 내 자리 앞에서 무릎을 꿇어볼까요? 그리고 “저 왔어요”라고 고백하며, 하느님 앞에서 참으로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말씀드리고 행동해 보세요.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실 겁니다. 아멘.

한대용 바르나바
제1대리구 향남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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