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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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주님과의 동행 / 안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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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만 가득했던 청년 네 명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나였고, 우리는 청년 성가대에서 만났다. 모두 입대를 바라보고 있던 중 추억 여행으로 부산에 갔다가, 왜관에 들러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계신 삼촌 신부님께 인사드리고 거기서부터 성남 집까지 걸어 올라오는 계획을 세웠다.

대망의 여행 첫날, 주일 청년미사 참례 후 설레는 마음으로 밤기차에 올랐다. 부산에 도착해 바다 구경 후 왜관행 기차를 탔는데, 밤을 새우고 기차를 탔던 탓에 우리는 깜빡 잠이 들어버려 왜관역을 지나쳐 대전역에서야 부랴부랴 내렸다.

‘대전, 신탄진, 청주, 진천, 안성, 용인!’ 이 도시들은 우리가 걸어서 지나온 도시들 이름이다. 처음 대전에서 신탄진은 그리 멀지 않았고, 5시간 정도 걸어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걸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월이라 춥기도 했지만,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기도 했다.

청주는 8시간 만에 도착했고 다음 날 진천을 향해 걸어가는데, 이때부터 다리에 조금씩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전날보다 더 춥게 느껴졌고, 산을 넘을 때는 눈도 내리기 시작했다. 눈 덮인 산을 오르며 추위와 힘듦을 잊기 위해 우리는 함께 성가를 불렀다. 그 순간 눈 덮인 산길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다시 웃음을 되찾았고, 무사히 진천에 도달했다.

그 다음 날 한 친구 발목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아마 전날 빙판길에서 넘어진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걱정이 들었지만 ‘괜찮다’는 친구 말에 일단 목적지 안성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가도 가도 끝없는 길이 펼쳐졌다. 점점 걷는 속도도 느려졌다. 지쳐만 갈 때, 나는 친구들에게 묵주기도를 제안했다.

몇 단을 봉헌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걸음에 맞춰 끝없이 묵주알을 굴리며 도착 때까지 계속 기도했던 것 같다. 우리 안에서는 기도하는 소리, 성가 소리만 들렸다. 그때 나는 “새로운 곳을 걸어 다니며 복음을 전파했던 사도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사도였다면, 이런 육체적 고통쯤은 매번 이겨냈으리라. 다시금 사도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들었다.

밤이 되어서야 안성에 도착했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기도를 바친 후 잠이 들었다. 걷는 여정에서 기도는 모든 순간 함께했다. 그렇게 다음 날 용인까지 기도하며 힘을 내어 걸어갔지만, 다친 친구의 발 상태가 걱정돼 이후 집까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이 도보 여행에서 우리는 주님이 항상 우리와 함께하고 계심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경험은 이후 힘든 군 생활과 20·30대를 지나며 여러 어려운 순간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힘을 주었다. 그때 느꼈던 주님과의 동행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주님과 나는 함께 걸어가며 지나간 일을 속삭입니다. 손을 맞잡고 산과 들을 따라 친구가 되어 걸어갑니다.”

안장혁 필로메노
제2대리구 서판교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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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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