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모든 것을 밝혀주고 모든 것을 뜨겁게 하듯이 마리아도 그에게 달려가는 사람이라면 선인이든, 악인이든 모든 이에게 은총을 주십니다.”
마리아의 종 수녀회 창설자인 복자 페르디난도 마리아 바칠리에리 신부는 성모 마리아의 모범을 따라 성부의 뜻에 전적으로 순응하고 그리스도와 동화되는 깊은 신심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의 이러한 신심을 바탕으로 설립된 마리아의 종 수녀회는 ‘자신이 살고 있는 그곳이 바로 주님이 원하시는 곳’이라는 영적인 깨달음과 겸손, 주어진 현실을 포용할 수 있는 용기, 자신에게 맡겨진 백성을 위한 봉사에 모든 삶을 바칠 수 있는 헌신,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지니는 믿음, 그리고 깨어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세상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수녀회의 영성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마리아의 영성을 본받음, 형제적 공동생활, 하느님과 이웃에게 봉사다.
수도자들은 첫 서원을 발할 때 주보이신 ‘마리아’의 이름을 받는다. 이를 통해 자신을 성모 마리아에게 의탁하고 그분의 삶을 본받아 그리스도를 따를 것을 마음에 새기고 수도자의 길을 걸어간다. 마리아의 영성을 본받고자 수녀회는 “피아트(Fiat·당신 말씀대로 이루어지소서) 안에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간직하시어 십자가 밑에까지 실천하신 마리아의 마음과 정신, 그리고 행동방식을 본받아 성모님의 활동적인 현존을 역사 안에서 연장시킨다”는 내용을 회헌으로 정해 따르고 있다.
공동생활에 있어서 형제와 같은 우애를 나누는 것도 수녀회가 우선시하는 가치 중 하나다.
1862년 시작해 이탈리아, 독일, 브라질, 한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곳곳에 파견된 수녀회는 가족적인 분위기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여겨왔다. 수녀회 안에서 형제적 우애가 이뤄졌을 때, 이 가치가 세상 밖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녀회의 이름인 ‘마리아의 종’은 이들이 성모 마리아에게 소속된 신분임을 상징한다. 따라서 수녀회 수도자들은 성모님이 주님의 종으로서 구원사업을 위해 전 생애를 바친 것을 본받아, 하느님과 이웃 사람에게 봉사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협력하고자 한다. 이러한 영성을 실천하고자 창립 당시 수녀들은 본당 공동체의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특히 젊은이와 여성의 지위 향상에 힘썼다. 시대가 변하면서 그 영역이 확장돼 사회복지 특히, 어린이집과 이주민들을 돕는 사명도 수행하고 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하느님 백성의 성화를 위해 한 몸을 바친 창설자를 본받고자 수도자들은 자신들이 머무는 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섬기는 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섬김의 사명은 회헌에 담겨 수도자들이 걸어가야 할 길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기쁨과 고통과 희망에 참여하면서 역사 안에 성모님의 활동적인 현존을 연장하며, 지역교회 안에 실존하여 모든 형제들에게 정성을 다 한다.”(회헌 6, 7조)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