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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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화적 본당 이야기] <7> 어린이들에게 역할 주기

아기들 능동적 미사 참례, 공동체에 활력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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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악재본당 어린이들이 미사가 끝난 뒤 필자와 함께 퇴장하고 있다.
 
 
 "아기는 영성체 때 가슴에 십자가 모양으로 손을 얹고 축복받게 하세요."

 "걸을 수 있는 어린이는 미사 끝에 신부님과 같이 퇴장할 수 있게 제대 앞으로 보내세요."

 무악재본당에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은 이런 안내를 받는다. 필자가 유아방을 없앤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린이들을 영성체 행렬에서 소외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아이들도 두 손을 가슴 위에 십자가 모양으로 얹고 영성체 행렬을 따라 나오게 했다. 그 아이들에겐 성체를 주는 대신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축복을 해 줬는데,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행렬에 서는 것을 즐거워했고, 부모는 아이가 축복받는 것을 보며 기뻐했다.

 독일 가톨릭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는 미사시간에 이뤄지는 봉헌과 영성체 행렬은 주님을 향해 나아가는 행렬이라고 말했다. 그는 십자가 모양으로 손을 겹쳐 가슴에 얹는 동작을 성체성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이 성체성사를 갈망하는 행위로 약속지었다. 이 축복의 행위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 예비신자들에게도 확대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을 축복해주는 사제의 모습에 많은 신자들이 거룩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종교학자 M. 엘리아데는 "인간은 세속적인 것과 전적으로 다른 것을 드러내고 보여줄 때 거룩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제가 축복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영성체를 갈망하는 이들은 하느님께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확인하는 셈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모든 미사 끝에 어린이들과 함께 퇴장하는 것이었다. 맨 처음 "초등학생 어린이와 걸을 수 있는 아기는 제대 앞으로 나와서 신부님과 같이 퇴장하자"고 했을 때 아이들은 낯설고 어려웠는지 꽤나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니 이제 영성체 후 기도가 시작되면 알아서 조용히 제대 앞으로 나온다. 자기네보다 더 어린 꼬마들을 챙겨가면서 말이다.

 아기들이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자 미사 전례에 활력이 생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부모와 함께 미사에 참여한 아이들이 많을 때는 40여 명이 우르르 퇴장하기도 한다. 꼬마들이 서로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 나가면 신자들 얼굴이 엷은 미소로 부드러워지는 걸 볼 수 있다. 전례 중에 아기가 큰 소리를 낼까 가슴을 졸이느라 참례의 진짜 의미를 잃을 뻔했던 부모들 역시 이제 자신들의 아기를 보듬어주는 본당 공동체에 마음을 열게 됐다.

 미사의 마지막 순서는 함께 퇴장한 아이들이 성전 밖에서 신부님이 주는 막대사탕을 받는 것이다. 어떤 본당에서는 영성체시간에 성체 대신에 과자를 나눠준다고 하는데, 이것은 자칫 성체와 과자를 혼동하게 만들기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미사 후에 받는 사탕은 참으로 인기가 좋다. 입맛에 맞는 더 맛있는 간식도 많겠지만 평범한 사탕에 아이들이 이토록 즐거워하는 건 아마도 그 사탕을 신부님이 주는 특별한 선물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신부님한테 사탕을 받으러 성당에 가자며 엄마 아빠를 조르기도 한단다. 아이들의 능동적 미사 참례가 젊은 부부들이 성당에 오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영성체 때 축복과 동반 퇴장, 사탕 나눠먹기는 아기와 어린이를 위한 미사의 3종 선물세트가 됐다. 예전 교중미사에 참례하던 신자들은 장년과 노년층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젊은 부부와 아기들, 어린이 비중이 확실히 커진 것을 본다. 미사 마지막 부분에 개구쟁이 아이들이 아장아장 퇴장하는 행렬을 바라보는 신자들 얼굴에는 저마다 미소가 어린다. 나는 그 미소에서 하느님의 자비로운 마음을 보게 된다.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서울 무악재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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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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