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청소년 친화적 본당 이야기] <10> 멘붕? 오링? 뻥카충? 이게 무슨 말이야

그들만의 언어에 귀 기울여야 소통 이뤄져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청소년들은 기성 세대가 알아듣기 어려운 자신들만의 언어로 대화하곤 한다.
"아 대박…. 뻐카충 해야 하는데 용돈 완전 오링났어." "멘붕이군. 내가 카드 찍어줄게." "넌 역시 내 진정한 친구야. 스릉흔드!!!"

 한국어인지 외국어인지, 도무지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들이 섞여 있는 이러한 대화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대화를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어쩌지? 버스카드를 충전해야 하는데 용돈이 떨어졌어." "정신이 없겠군. 내 버스 카드로 대신 내 줄게." "넌 역시 내 진정한 친구야. 정말 사랑한다!"

 요즘 아이들은 한 문장에 한두 개 정도는 자신들의 은어를 섞어 쓰게 마련이다. 아이들이 자주 쓰는 다음의 말 중에서 독자들이 알고 있는 말은 얼마나 되는지 한 번 보시라.

 #어른들이 이해 못하는 아이들 언어
 *멘붕 : `멘탈(mental, 정신) 붕괴`의 줄임말로 너무 심각한 충격을 받고 정신이 허물어진 것을 뜻함.

 *뻐카충 : `버스카드 충전`의 줄임말.

 *스릉흔드 : `사랑한다`를 이를 꽉 물고 발음한 것. `사랑한다`보다 격한 표현.

 *쉴드치다 : 방어하다, 감싸다. 게임 중에 적의 미사일이나 타격을 막아내는 방패(shield)나 보호막을 치는 것을 이르는 표현.

 *오링나다 : 다 쓰다. 떨어지다. 도박에서 `모든 것을 건다`는 뜻인 올인(All-in)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오링에서 온 표현으로 `모든 것을 다 걸어서 다 쓰다`는 의미.

 *열폭 : `열등감 폭발`의 줄임말로 자신보다 뛰어난 상대로 인해 질투가 생길 때 사용.

 청소년 은어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를 막는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른말 고운말을 써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 정말 소통을 원한다면 아이들을 바꾸고 고치려고 하는 대신 그들 언어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청소년들이 주로 쓰는 말은 디지털 세계에서 넘어 온 것이 대부분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휴대전화 문자에서 사용하는 언어 축약, 이모티콘, 게임 용어 등에 그들만의 유머와 언어유희가 현실 세계에 적용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출생자인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사회를 마주한 세대다. 이들은 사람과의 만남보다 TVㆍ인터넷ㆍ스마트폰 등 스크린을 통한 만남이 더 익숙하다. 학자들이 지금의 청소년 세대를 `스크린 에이저(screen ager)`라고 부를 정도다.

 이들은 신속하고 개방적이라는 특성이 있고 스마트폰 중독, 스크린 중독, 자연 결핍 장애, 극단성 탈억제 등 여러 정서적 장애 또한 두드러진다. 이러한 중독과 부작용을 그들의 잘못으로 돌릴 수 있을까? 부모와 사회의 무관심과 부주의로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고 서서히 젖어든 게 아닐까? 이들을 언어습관과 생활방식을 비난하거나 야단칠 것이 아니라 자연 친화적이고 인간 친화적인 삶으로 초대하는 것이 사회와 부모,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은어에 담긴 내면의 갈망

 
 예수님의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그 분은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당신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으시고 자신이 구원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방법을 취하셨다. 약하고 부족하더라도 사람이 지닌 문화와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이며, 우리가 믿는 종교의 핵심이다.

 "신부님, 사진 지못미ㅋㅋㅋㅋ" "완전 안습이에요!!"

 가끔 아이들과 주고받는 메시지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지못미는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뜻이고, 안습은 `안구의 습기`라는 뜻으로 눈물이 나는 상황에서 하는 말이란다.

 아이들 언어에는 이따금 거친 비속어가 섞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지못미나 안습같은 말에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과 함께 젊은 세대의 유머와 재치가 느껴진다.

 그런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이들의 문화를 더 좋고, 아름답고, 고귀하게 가꿔주고 싶어진다. 청소년을 돕고, 그들을 살리고 싶다면 그들 언어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 속에는 분명 내면의 갈망이 숨어 있을 테니 말이다.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서울 무악재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7-2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7. 2

요한 1장 14절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