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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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화적 본당 이야기] <16> 15분 다과회

청년들, 또래 청년들과 어울리며 교회 안에 자리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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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은 좋은 관계를 맺고 친교를 쌓는 과정에서 점차 공동체에 맛들이게 된다.
15분 다과회에서 차를 마시며 어울리고 있는 서울 무악재본당 청년들.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성당에 오면 뻘쭘했어요. 그런데 사람들과 좀 친해지자 저절로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사람들이 좋아서 오게 돼요."

 젊은이 미사의 아름다운 전례에 감동한 부모들은 자녀를 성당으로 데려오기 시작했고, 처음에 2명뿐이던 청년이 어느덧 80명을 넘었다. 그러나 공동체와의 연결 없이 부모와 함께 미사에 참례하는 청년들은 1~2주 나오다 그만두기 십상이다. 청년들을 교회로 초대하는 데는 부모 노력이 무척 중요하지만, 이들이 교회 안에서 자리 잡으려면 다른 요소들이 필요했다.

 젊은이 미사는 청년들을 교회 안으로 초대하는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장이다. 그러나 모든 신자가 참여하는 공동체 전례 안에서 청년끼리만 공감대를 나누고 관계 맺는 시간을 갖기란 불가능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사 후 청년들만이 모여 공감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자리가 필요했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 무악재본당에서는 `15분 다과회`를 시작했다.

 많은 청년들이 재미있는 분위기 속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성당을 찾는다. 그리고 이들은 또래 청년들 혹은 사목자와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환영받고 있다고 느낄 때 그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어한다. 부모님 권유로 나오기 시작한 청년들 발걸음을 지속해서 성당으로 이끄는 것, 또 다른 청년들과 친교를 맺도록 하는 것이 15분 다과회 목표였다.

 15분 다과회에서 청년들을 위해 준비한 것은 먹을거리와 나눌거리가 전부였다. 본당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젊은이 미사에 참례한 20~30대 청년을 이 자리에 초대했다. 봉사자들은 참가자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서로 인사하고 연락처를 주고받도록 도왔다.

 왁자지껄 떠들썩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잦아든 뒤에는 참가자들이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서게 했다. 청년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기소개와 다과회에 온 느낌을 한 마디씩 나눴다. 모임은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떼제노래를 한 곡 부르는 것으로 끝이었다. 말 그대로 15분이면 끝나는 편하고 자유로운 모임이었다.

 하지만 이 소박한 자리를 통해 처음 또는 오랜만에 성당에 나온 청년들이 조건없는 환대를 받게 됐다. 이는 이들이 부담 없이 다시 성당에 나오도록 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물론 주의점도 있었다. 사제나 수도자가 억지로 청년들을 다과회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새로운 청년들을 초대하는 것은 그 또래 청년들 몫으로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또 다과회가 친숙해졌다고 해서 그 틀을 함부로 바꾸지 않았다. `음식나눔-자기소개-느낌나눔-떼제노래`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새로 온 청년에게는 자기소개를 조금 더 자세히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순서가 고정된 덕분에 새 참가자가 들어와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또 지속해서 모임을 주보에 공지해 부모들이 자녀를 초대할 수 있도록 도왔다.

 15분 다과회는 여전히 정해진 시간에 열리고 있으며, 초기에 필자가 주관했던 부분을 이제는 청년 리더들이 이어받아 대신하고 있다. 어색하게 이 모임에 참가했던 젊은 친구들도 이제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며 새 친구가 올 때 앞다퉈 이들을 반기고 있다. 이들이 용기를 내서 잘 모르는 청년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참석을 장려하기 위해 연락처를 교환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하다.

 청년들은 교회 지원 아래 또래 청년들과 친교를 맺는 장을 원한다. 그 장에서 사귀며 좋은 관계를 맺은 청년들은 점차 공동체에 맛들이게 된다. 그들은 환대와 친교, 관계를 통해 의미 있는 일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요즘도 주체적으로 15분 다과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다른 청년들을 맞이하는 청년 리더들. 이들이 공동체 주변을 서성이며 양을 초대하는 목자로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흐뭇하다.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서울 무악재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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