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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 일으키고 싶어"

가톨릭 청소년 연극제 준비하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셋넷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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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연극이 남북을 잇는 다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철만씨가 연습실에서 연기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에 다니는 `배우` 이철만(24)씨는 연기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셋넷학교팀이 제1회 서울 가톨릭 청소년 연극제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8월 30일 강원도 원주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이미 두 차례 합숙훈련을 하며 공연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이씨의 어깨가 무겁다.

 "처음 연극무대에 올라갔을 때는 하도 떨려서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었어요. 수차례 무대에 서는 동안 긴장감은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감정 몰입과 표정 연기는 여전히 어려워요."

 이씨는 함경북도 회령 출신이다. 20살이 되던 해, 중국으로 밀입국해 장사로 돈을 벌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 발각될까봐 매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결국 한국행을 택했다. 그러나 한국 생활은 꿈에 그리던 것과 달랐다.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냉혹한 약육강식의 세계였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제가 북한 출신인 걸 알고 무시했습니다. 왜 탈북자들이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거짓말을 하는지 그때 알게 됐죠."

 이씨는 뒤늦게 입학한 셋넷학교에서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동고동락하며 비로소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었다. 연극도 학교에서 처음 접했다. 셋넷학교는 2007년부터 탈북 청소년들 이야기를 엮은 연극을 공연해왔다.

 연극은 이씨를 비롯한 셋넷학교 학생들에게 심리치료 과정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연기에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그대로 담기 때문이다. 발성과 발음이 어설픈 아마추어 배우들임에도 관객들이 이들 공연에 감동하는 이유다.

 연극제 출품작 `나뉘어진 들판에서`는 타인의 이간질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한 남매 이야기다. 남북 관계를 그대로 빼닮았다. 그는 "연극이 관객들에게 통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에서 연극을 할 때였어요. 아이들이 달려와 저희 머리를 만지더라고요. 북한 사람은 머리에 뿔이 달려있다고 배웠다면서, 정말 그러냐는 거예요. 기분이 나빴느냐고요? 저도 어릴 적에 남한을 적이라고 배웠는걸요. 다만 우리가 풀어야 할 오해가 많구나 생각했죠. 연극으로 더 많은 이들을 찾아가 그런 편견을 없애고 싶습니다."

 연극에서 남매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화해한다. 모든 등장인물이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인 `철망 앞에서`를 열창하며 연극은 막을 내린다.

 "우리 연극이 통일을 앞당기는 견인차가 되길 바란다면 욕심일까요? 남북한 동포들이 마음을 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양쪽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요."
 노래를 열창하는 그의 목소리가 유난히 우렁찼다.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김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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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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