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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화적 본당 이야기] <17> ''우리들의 이야기'' 시간

진솔한 이야기 나눔 통해 또래·세대간 더 가깝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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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청소년이 젊은이 미사 중 `우리들의 이야기` 시간에 자신의 관심사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 무악재본당 젊은이 미사에서 성찬전례가 끝나면 청소년이나 청년 한 명이 독서대로 올라온다. 그는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에 관해 5분 정도 이야기한다. 필자는 이를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칭했다.

 주제는 무엇이든 상관 없다. 학창시절 꿈, 최근에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자기가 좋아하는 성당 형이나 누나 이야기,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어려움, 유학생활의 고충,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 등…. 모두 젊은이들이 스스로 정한 주제다.

 청소년들에게 발표를 강요했다면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눔이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발표한 청소년에게 문화상품권을 증정해 관심과 부러움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참여를 강요하거나 조르지는 않았다. 이야기가 끝나면 "내 강론보다 더 살아있는 강론이군요.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맙습니다"며 격려를 하곤했다. 아랫 글은 한 청년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눈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저는 청년부의 클라라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활발한 아이였습니다. 어떤 자신감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처음 보는 아이에게도 먼저 다가가 친해지고 친구가 됐죠. 그러나 중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제일 친한 친구가 저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친구는 같이 몰려다녔던 자기 친구들과 함께 저를 따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왕따`였습니다. 그 때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왜 나에게 그러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대화하지 않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은 큰 고통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기에는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사다주신 영어 소설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내용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짬이 날 때마다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은 저를 보고 비아냥거렸지만, 그럴수록 저는 더 영어에 빠져들었습니다. 영어는 외로움과 비참함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빛이었습니다. 마침 미국 공립고등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보게 됐습니다. 온종일 영어 공부에만 매달린 끝에 프로그램에 합격해 미국에서 공부하게 됐습니다.

 미국 생활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너무 배가 고파 음식을 사 먹고 싶었지만, 식당 종업원이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해 결국 하루 종일 굶은 적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보고 싶어 견디기 힘든 날에는 방에 있는 작은 옷장에 들어가 베개로 입을 막고 울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종도 종교도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한 친구만이 중요하고 전부라고 생각했던 중학생 때와 다르게 제 곁에 많은 다른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과 하느님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아프고 외로웠던 시간을 통해 스스로 믿음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하느님 자녀가 된 것입니다.
 
 올해 1월 시작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회를 거듭할 수록 내용이 풍요로워지고 있다. 젊은이 미사에는 청소년과 청년뿐 아니라 부모 세대도 참례한다. 이 시간을 통해 젊은이들은 또래와 선후배 체험을 간접적으로 접하고, 부모는 자녀들 세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어떨 때는 신자들이 필자 강론보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더 기다리는 것 같아 은근히 질투가 나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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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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