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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화적 본당 이야기] <18> 축제와 화해의 평가모임

축제 후 평가모임, 보람 나누고 상처 보듬는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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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당 캠프 평가모임은 아픔과 보람을 나누는 장이 돼야 한다.
캠프 평가모임에 참석한 서울 무악재본당 청년들이 축복기도를 하며 화해와 일치를 도모하고 있다.
 
 
  청소년사목은 축제의 사목이다. 우리가 일부러 큰 재미를 만들지 않아도 젊은이들에게는 함께 모인 것 자체가 재미가 되고 축제가 된다.

 지난 여름 열렸던 무악재본당 전신자 캠프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준비과정이 너무 길거나 힘들지 않도록 사목 코디네이터와 담당수녀, 교리교사가 합심해 효율적으로 준비하게 했다. 또 캠프는 주님 안에서 우정을 나누는 축제임을 강조했다.

 캠프는 성당으로 돌아와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라디오 공개방송 형식의 작은 축제를 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캠프에 참가한 청년들은 먹거리를 나누며 캠프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또 입담 좋은 청년 두 명이 진행자가 돼 청년들이 보낸 사연을 읽었다. 다음 내용은 청소년부 교사들의 사연이다.

 "다들 캠프 준비가 바쁘고 힘들었다지만 청소년부는 학생들 도움 덕분에 수월했습니다. 신부님께서 고2 학생들에게 다른 친구들을 캠프로 초대하라는 미션을 주셨기 때문이에요. 교사들은 처음엔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다른 친구를 얼마나 부르고 챙기겠어?`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웬걸, 학생들은 성당에 잘 나오지 않는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캠프신청서를 들이밀며 어르고 조르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열심히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는 친구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입을 삐죽이며 선생님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도 했어요. … 이런 사연으로 학생들을 흉보는 건 좀 그렇지만, 걔네가 원래 그렇게 말을 잘 듣는 애들이 아니었거든요. 반항 기질 다분하고, 조금만 맘에 안 들면 표정 바로 구기고, 갖은 핑계를 대며 성당에 빠지려고 했었는데 무엇이 그 친구들을 변하게 했는지 놀라울 정도였지요.…앞으로도 우리 친구들이 캠프를 통해 느낀 기쁨을 쭉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캠프에서 느낀 어려움과 기쁨을 나누는 동안 장기자랑도 펼쳐졌다. 거창한 게 아니라 캠프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재밌는 콩트로 구성한 것이었다. 한바탕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돌아가면서 느낌을 나눴다. 필자는 나눔이 끝난 후 캠프장과 부캠프장을 앞으로 초대해 자신이 받은 은총을 나눠보라고 했다.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아이들이 호응을 해주지 않아서 눈물 날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런 제게 오히려 아이들이 불만을 토로할 때는 너무 속상했죠. `내가 너희에게 이렇게 해주었는데 왜 이러니….`하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때가 한창 불만이 많을 때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이 캠프를 통해 조금이나마 성장하기를 기도하게 됐어요."

 캠프처럼 큰 행사에서 리더를 맡은 이들은 공통적 어려움을 느낀다. 그들은 막중한 책임을 지는 데서 고독함을 느끼고, 한계 상황에서 자신의 약점과 마주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캠프장을 맡은 이들은 `내가 잘 도와줬더라면 캠프장이 덜 힘들었을 텐데…`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이 때문에 리더들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꾸민 것이다. 나눔이 끝나고 서로 포옹하는 캠프장과 부캠프장 얼굴에는 눈물과 웃음이 뒤섞여 있었다.

 캠프가 끝나면 젊은이들은 후유증에 시달린다.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낸 후의 허탈감, 그리고 캠프 때 마주한 자신의 약점, 준비과정에서 발생한 동료와의 크고 작은 갈등 등…. 이를 겪으며 어떤 젊은이들은 상처를 받고, 어떤 이들은 에너지가 소진돼 공동체를 떠나기도 한다. 따라서 사목자는 청년들이 치열하게 도전했던 시간이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은총의 시간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은 정확하고 세밀한 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는 손실을 줄이고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는 기업이 아닌 비영리 집단이다. 비영리 집단의 평가는 잘잘못을 가려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동체가 이뤄낸 것을 경축하고 갈등을 푸는 자리, 또 아픔과 보람을 나누고 이야기하게 하는 장이 돼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청년들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단단한 하느님의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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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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