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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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화적 본당이야기] <19> 한 형제의 고백

40대 한 평범한 남성의 진심어린 고백, 진한 감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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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남성들의 신앙체험 나눔은 본인은 물론 신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진은 서울 무악재본당 `착한 아버지 모임`에 참석한 남성 신자들.
 
 
  사람들은 다른 이가 장애나 삶의 아픔을 신앙으로 극복한 얘기를 들으면 큰 도움을 받는다. 인간 삶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는 듣는 이에게 위로가 되고, 삶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신앙으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기회가 될 때마다 신자들에게 삶의 체험을 공동체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마련한다.

 이번 전 신자 캠프에서 한 40대 남성이 자신의 진솔한 고백을 나눠 많은 신자가 감화를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저는 다니엘입니다. 세례받은 지는 열 달 정도밖에 안 된 새내기 신자로, 착한 아버지모임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좋은 추억이 별로 없습니다. 아버지는 대화를 하기보다는 명령이나 호통으로 자식들을 대하셨습니다. 젊을 때 고생을 많이 한 어머니는 합병증으로 여러 차례 수술 끝에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두 분의 잦은 싸움에 저희는 항상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늘 주눅이 들어있던 형제는 조용히 자리만 지키는 얌전한 아이로 자랐습니다.

 다행히 저는 힘들 때마다 위로해주며 곁을 지키는 여자를 만났고,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신혼 때는 서로 조심하며 생활했지만 점점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주말에는 잠만 자고 평일에는 회사 동료와 어울리며 가정을 등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제 모습에 지친 아내는 매일 성당에 나갔습니다. 미신자인 저는 미사 참례는 물론 본당 모임에 참석하느라 바쁜 아내를 이해하기 힘들어 화를 냈습니다. 이혼할 마음까지 먹고 집을 나온 지 이틀째 되던 날, 갑자기 아이들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눈물이 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자고 있는 아내를 보니 `나도 천주교 신자가 돼 아내를 이해해 보자, 아니 그럴 수 있기를 하느님께 청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예비신자 교리교육를 시작했고, 10개월 후 무사히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는 혼인갱신식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다독였습니다.

 착한 아버지모임에 참석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아버지를 만나다 보니 본당 생활은 더욱 즐거워졌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말할 수 없는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갔습니다. 서로 의기투합해 주일학교 간식봉사를 할 때는 `함께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솟았고, 봉사의 보람에도 맛 들이게 됐습니다.

 마음속 상처가 점점 아물어가면서 아내를 이해하게 됐고, 아이들 손을 잡고 성당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기도하는 아빠가 어색한지 몰래 훔쳐보고 키득거렸습니다. 간식봉사하는 모습을 본 후에는 "오늘 정말 멋있었다"고 칭찬도 해 줬습니다. 어느새 제가 아내보다 더 성당에 자주 나오게 됐습니다.

 그동안 외짝교우로 살며 힘들었을 아내에게 미안하고, 그동안 저를 지켜봐 주고 믿어 준 가족에게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성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신자들의 체험 나눔은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특히 아버지들 나눔이 그렇다. 한국사회 통념상 남자는 신앙에 별로 관심이 없거나 개인적 나눔을 잘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년 남성들은 하느님에 대한 갈망과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자 하는 갈망이 있다. 다만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아 자신의 아픔이나 갈등, 관심사를 나누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남자들은 편안한 분위기와 좋은 친구들,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할 때 무척 기뻐한다. 이는 술자리 같은 유흥장에서 얻는 기쁨과는 차원이 다르다.

 많은 남성 신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니엘씨 나눔에 공감을 표했다. 여성 신자들은 "착한 아버지모임에 나가보라"며 남편 옆구리를 찌르기도 했다.

 하느님과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갈망하는 많은 형제가 모임에서 목을 축이길 바란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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