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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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화적 본당 공동체 이야기] <20> 유아 신앙교실

아이들과 함께 미사 전례의 기쁨 누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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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 신앙교실은 부모가 미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들이 말씀에 맛들이도록 돕는다.
사진은 서울 무악재본당 유아 신앙교실에서 교리공부 중인 아이들.
 
  "미사에 아이를 데리고 오면 무슨 말씀을 들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성당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이 눈치 보여서 미사에 잘 안 나가게 돼요."

 어린아이와 함께 미사에 참례하는 젊은 부모가 전례에 집중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서울 무악재본당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유아방을 폐쇄한 지 2년이 넘었다.

 성인들은 유아와 함께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익숙해졌고, 아기들도 미사 분위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많을 때는 30~40명 유아가 교중미사에 참례하기도 한다.

 그러나 본당에서 유아를 환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더라도 부모가 전례에 온전히 몰두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 5~8살 어린이가 미사 전체를 견디기란 쉽지 않다. 특히 성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교중미사 강론은 아이들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일지도 모른다. 부모들이 지루함에 몸을 배배 꼬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들이 미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게 됐다.

 그러던 중 "양식이 없어 굶주리는 것이 아니고 물이 없어 목마른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여 굶주리는 것이다"(아모 8,11)는 말씀이 떠올랐다. 미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말씀 전례, 젊은 부모가 이 시간 동안 독서와 복음, 강론만이라도 잘 듣는다면 이들의 신앙은 중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에 공감한 신자 3명의 도움으로 `유아 신앙교실`을 만들었다.

 유아 신앙교실은 교중미사 중 말씀의 전례가 거행되는 20~25분 사이에 진행된다. 부모들은 대영광송이 끝날 무렵이면 아이들을 제대 앞으로 데리고 나온다. 신앙교실 선생님은 어린이들을 데리고 유아방으로 쓰였던 성체조배실로 간다.

 이 작은 방에서 진행되는 교리교육은 무척이나 짧고 단순하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그날 복음을 쉽게 설명해 주고, 아이들은 복음 말씀을 표현한 그림에 색칠놀이를 하며 노는 것이다. 이 시간 동안 부모들은 말씀 전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전례에서 신앙고백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부모와 함께 미사에 참례한다.

 혹자는 교중미사 내내 선생님이 아이를 맡아주면 어떻겠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편의 때문에 신앙교육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아무리 어린아이더라도 공동체와 함께하는 미사에서 신앙체험을 하기 때문이다. 성찬전례 때 종소리를 듣고, 성체를 모시는 부모를 따라 행렬하며 축복받는 체험을 통해 정서적으로 신앙을 익힌다. 이 순간은 아이들의 신앙 발달에 무척 중요하다.

 유아 신앙교실을 연 이후 몇몇 젊은 부부가 "20~30분이라도 집중해서 말씀을 들으니 한 마디 한 마디가 깊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더 감사한 것은 유아 신앙교실의 `재미`를 맛본 아이들이 주일이 되면 성당에 가자고 조른다는 것이다. 지루했던 미사 시간에 선생님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서 즐거웠던 모양이다.

 요즘 젊은 부부의 출산율이 낮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먼저 아이를 마음 편히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교회에서는 젊은 부부가 미사에 나오지 않는 것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가 젊은 부부와 아기를 환대하는 분위기를 먼저 조성하고, 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유아방에서 한 시간만 머물러 보면 아이를 데리고 미사에 참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부모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 이들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고 배려한다면, 이들 역시 교회에 감사하며 신앙을 지켜나갈 새로운 이유를 찾게 될 것이
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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