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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화적 본당 이야기] <21> 감동의 박수소리에 놀란 미카엘

있는 그대로 청년들 포옹해주는 공동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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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무악재본당 청년들이 청년학교에서 또래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큰 선물이 되어 주고 있다.
 
 
 청년들이 취업과 진로, 결혼 등 여러 관문 앞에서 힘들어한다. 심지어 자신을 `잉여`(남아도는 사람, 쓸모없는 사람)나 `루저(loser)`라고 표현할 정도다.

 청년들이 불안한 미래와 목적 없는 삶 등 비(非)구원 상태에 놓여있는 것은 사회 문제인 동시에 교회 문제이다. 그런데 교회는 이들에게 소속감과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중요한 열쇠를 이미 갖고 있다. 바로 공동체다.

 청년들은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포용해주고 환대해주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다. 이들은 세상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더라도 공동체에서 헤치고 나아갈 힘을 얻는다. 서울 무악재본당 젊은이미사 `우리들의 이야기` 시간에 한 청년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저는 미카엘입니다. 저는 선천적으로 지적 능력이 떨어져 어릴 적부터 의사소통이 서툴렀습니다. 중학교 때는 발달장애 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저도 감이 잘 잡히지는 않지만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장애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장애인`이라고 하면 바보이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깔봅니다. 저 또한 그런 시선을 받은 적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하느님을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원망한다고 제가 정상인이 되는 것은 아니죠. 결국 하느님을 미워하는 것을 그만두고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특히 취업준비생일 때 만난 한 형은 제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줬습니다.

 그 형을 만난 것은 한 무역회사 면접장에서였습니다. 32살 장애인으로 저와 같이 사무보조로 취업하고자 면접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 형은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뇌경련을 앓게 됐습니다. 그러나 오른손과 오른발을 쓰지 못하면서도 왼손으로 연습을 계속한 끝에 워드를 1분에 300타를 칠 수 있게 됐습니다. 왼손으로 만화를 그려 공모전에서 상도 탔다고 했습니다. 이 형을 보고 있으면 저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그 형은 장애를 갖게 된 것을 좌절하지도 원망하지도 않고 계속 노력해 왔으니까요.

 저는 요즘 매주 청년학교에 나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20~30대이다 보니 금세 친해졌습니다. 저는 회사에 다니고 청년학교에서 다른 청년들을 만나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가고 싶습니다. (이 글은 미카엘의 허락을 받아 발췌했음)


 
 발표가 끝나자 미카엘의 솔직한 나눔에 감동한 이들의 힘찬 박수가 이어졌다. 미카엘 자신도 큰 박수소리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미카엘은 본당 청년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교회 가르침을 공부하고 생활을 나누는 청년학교 공동체원이다. 그런데 그동안 청년학교에서 자신이 뭔가 나서서 하려고 하면 다른 청년들이 끼워주지 않는 것 같아 속상했던 모양이다. 아마도 사회에서 숱하게 받았던 부정적 시선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미카엘은 청년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는 좋은 구성원이다. 함께하는 또래들은 그의 의견에 무조건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때로는 의견대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때로는 서운했던 마음을 풀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카엘이 청년공동체에 함께하는 것은 본당 공동체에 큰 선물이다. 미카엘에게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포용해주는 공동체가 큰 선물일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벗이 되어주면서 성숙해가고 있다.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서울 무악재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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