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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화적 본당 이야기] <23> 남성 산행

좋은 성당 친구 얻게 돕고 따뜻한 분위기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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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산행에 참가한 서울 무악재본당 형제들과 필자.
산행은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친목을 쌓을 수 있는 자리로, 본당에 환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한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신자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미사가 끝나면 집에 가기 바빴는데, 형제들과 얼굴을 익힌 후로는 성당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청소년 친화적 본당은 서로 환대하는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성인 공동체의 분위기는 금세 청소년 공동체로 번지기 때문에 성인 공동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보통 남성은 여성보다 얼굴을 익히고 마음을 여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남성 공동체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술자리는 갖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웰빙(Well-being)문화로 술자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꽤 있다. 또 술자리는 처음에는 서로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도움을 주지만, 본질적 관계로 넘어가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술자리 말고도 남성들이 얼굴을 익히고 편하게 모일 기회를 고심한 끝에 떠올린 것이 산행모임이다. 마침 성당 뒤에 안산이라는 좋은 산이 있기에 함께 산행을 가자며 남성들을 모았다. 이것이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남성 산행`의 시작이었다.

 참가비 1000원을 내면 본당에서 김밥을 제공한다. 참가자는 물과 편한 옷, 배낭만 준비하면 된다. 때문에 산행이 있는 날은 많은 이들이 등산복 차림으로 교중미사에 참례한다. 미사가 끝나면 강당에 모여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뒤, 5인 1조로 그룹을 지어 산행을 시작한다. 3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30~50명 정도 참가한다. 산행하며 특별히 무엇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함께 걷는 것이다.

 남성 산행에서 중요한 것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것 △환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마음을 열게 할 것 △어느 한 사람이 이끌기보다 전원이 고루 참여하게 할 것 △서로 접촉하고 교류하게 만들 것 등이다. 특히 직업과 직책, 나이에 의해 움직이는 남성 특유의 문화로 경직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안산은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작은 산이어서 따뜻한 분위기가 저절로 형성됐다. 참가자들은 함께 걸으며 서로 얼굴을 익혔고, 필자 또한 신자들과 교류하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산행은 남성 신자 간 친목을 도모하는 것뿐 아니라 그들 사이에 본당 신부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도 있다.

 정상 가까이에 있는 팔각정에 다다르면 점심을 먹고 둥글게 앉아 서로의 느낌을 나눈다. 다들 자연 속에서 갖는 부담 없는 만남이 좋다고 말한다. 보통 미사가 끝나면 바로 집에 가거나 같은 단체 회원끼리만 어울리는데, 산행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고 술을 마시지 않으니 부담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당한 술은 공동체에 생기를 주기에 필자는 나눔을 마칠 무렵 `소화제`로 막걸리를 한 잔씩 따라주기도 한다. 내려오는 길에는 산에 오를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바친다. 성당에 돌아와 성모상 앞에서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몇몇 사람들은 이 좋은 걸 좀 더 자주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것을 얻으려면 기다림도 필요하다. 그래서 봄과 가을 등 좋은 계절에만 가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건 필자가 아닐까. 세상에서 찌들었던 피로가 산을 통해, 그리고 나눔과 기도를 통해 정화되기 때문이다. 가장으로서 짊어지고 있는 무게감과 스트레스를 잊고 자연 속에서 웃는 형제들 얼굴을 보면 내 마음도 가을 하늘처럼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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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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