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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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청소년·청년의 소비

무분별한 소비, 도덕성 상실로까지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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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지름신 강림해서 엄카 긁었다!”

최근 유명브랜드 점퍼를 구매한 A군은 목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친구들과 만날 때 점퍼의 상표를 가방끈으로 몰래 가리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충동구매를 하다’는 뜻의 ‘지르다’와 ‘신(神)’의 합성어인 ‘지름신’이 강림했다며 친구들에게 점퍼 구매를 자랑했다. A군이 구매한 유명브랜드 점퍼의 가격은 69만 원. 결제는 당연히 ‘엄카(엄마 신용카드)’로 했다. 깨끗한 점퍼가 이미 여러 벌 있었지만, A군은 자신이 낭비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입고 있는 점퍼를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즐겁다.

■ 청소년의 소비 실태

‘지름신’, ‘엄카’와 같은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청소년들에게 A군의 일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야기다. TV, 광고 등의 매체 등을 통해 소비지상주의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청소년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형 소비’를 무분별하게 일삼는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반계획·무계획적으로 용돈을 사용하는 청소년은 전체 청소년의 약 75로 계획적으로 용돈을 사용하는 청소년은 25에 불과했고 15의 청소년은 가족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의 ‘청소년의 소비생활 실태 및 의식’에 관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43.7가 평균 3만 2634원 상당의 용돈 부족을 느끼고 있으며 30.2는 평균 1만 1850원의 부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청소년들의 소비 행태는 청년시기에까지도 이어져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 소비와 도덕성 상실

청소년·청년들의 무분별한 소비는 단순한 과소비에서 그치지 않고 도덕성 상실로 이어진다. 청소년·청년들은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폭력을 통한 금품갈취에서부터 시작해, 각종 절도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심지어 최근에는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 성매매사건 소식도 적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중 많은 사건에서 청소년·청년들이 ‘용돈이 부족해서’라고 범행동기를 고백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북성매매피해상담센터 ‘새날’이 지난 9월 포항지역 10대 청소년 165명에게 무작위로 실시한 설문에서 그중 26명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답해 잘못된 소비문화로 인한 청소년·청년들의 도덕성 상실을 짐작하게 했다.

■ 윤리적 소비

전문가들은 청소년·청년들의 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가 끼치는 영향을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한다. 청소년들이 소비의 영향력을 깨달음으로써 소비시 윤리적인 가치 판단에 따라 의식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Consumerism)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천경희(아타나시아) 교수는 “청소년·청년들이 자신의 소비가 누군가에게 또는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줘야 성장해서도 윤리적 소비가 이뤄진다”면서 “소비 없이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윤리적 소비에 대한 교육은 청소년·청년들의 도덕성 그 자체를 향상시키고 소비를 통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교회 역시 같은 입장을 이야기한다. 교회는 지상의 모든 재화는 사랑과 정의에 따라 공정하게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야함을 밝히고 사유 재산 자체가 본질상 사회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가르치며 필요한 재화를 소유하되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나눌 것을 강조한다.(사목헌장 69~71항) 사유 재산의 남용, 즉 무분별한 과소비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쳐 심각한 혼란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기획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실장은 “현대사회는 소유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 과도한 소비가 이뤄진다”면서 “소유가 아니라 존재의 중요성을 아는 의식화된 소비에 대한 교육을 교회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전했다.



◆ 가톨릭대 녹색가게 … 학생들이 운영하는 벼룩시장

“소비 자체가 나눔이 되는 소중한 공간”

청소년·청년들의 소비문화가 무분별해져 가는 속에서도 청년들이 직접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면서 체득해 나가는 가게가 있다. 바로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고 소비하는 가게, 가톨릭대학교 기슨관 1층의 ‘녹색가게’다.

전공서적, 교양교재, 소설 등의 책이나 음반, 전자제품, 의류, 신발, 가방, 팬시용품에 이르기까지 녹색가게에는 대학생들이 학교생활에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없는 것이 없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녹색가게가 어딘가에서 구입해 온 물품들이 아니다. 바로 학생들 스스로 내어놓은 물건들이다.

녹색가게는 일종의 벼룩시장이다. 학생들이 깨끗하지만 자신에게는 필요치 않은 물건을 맡기면 녹색가게가 이를 대신 판매해준다. 물건의 깨끗한 정도에 따라 20~60 판매가를 책정하고 판매금의 20는 녹색가게 운영비로 돌린다. 또한 방치된 분실물이나 기증품도 판매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에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소중한 보물창고이자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일거양득의 공간이다.

이 녹색가게의 운영 주체는 바로 학생들 자신이다. 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과 학생들이 운영하는 이 가게는 1학기에는 근로장학생이, 2학기에는 ‘소비자학 실습’ 수업 수강생들이 녹색가게 지킴이로서 녹색가게를 꾸려나간다.

이 녹색가게 지킴이들은 단순히 맡겨진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면지를 활용한 노트나 재활용해 만든 물건들을 판매하기도 하고 가게를 찾는 학생들에게 윤리적 소비에 대해 알리고 교육하기도 한다. 녹색가게 지킴이들의 노력으로 녹색가게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소비가 윤리적 소비로 이어짐을 의식한다. 그러



가톨릭신문  20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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