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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화적 본당 이야기] <24> 어린이 소공동체 말씀터

동네 형·동생·친구 사귀며 신앙과 인성도 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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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소공동체 말씀터는 아이들이 주님과 말씀을 맛 들이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은 말씀터에서 또래 친구들과 생활과 복음 나눔을 하는 초등학생들.
 
 
 학교 폭력, 왕따, 청소년 자살 등 청소년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진다. 이런 무거운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읽다 보면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누군가는 학교 교육을 탓하고 누구는 가정의 책임을 묻는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외자녀 가정 비율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은 가족 간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을 습득할 기회를 잃고 있다. 방과 후에도 학원을 오가느라 바빠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사회성을 익힐 기회가 없다.

 때문에 또래와 관계 맺고 자신을 나눌 기회를 마련하는 터전인 공동체는 교회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이다. 매주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은 경쟁상대가 아닌 그저 함께 웃고 나눌 수 있는 동네 친구로 만난다. 이들은 웃고 어울리며 자기를 개방하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법을 익힌다. 그러나 아이들이 주일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짧고, 교사 수도 부족해 소통하고 나누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주일학교 한계를 보완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말씀을 또래와 나누게 하기 위해 서울 무악재본당에 어린이 소공동체 말씀터를 열었다.

 본당은 매주 수요일을 각 두레(구역)별로 모여 복음을 함께 묵상하고 나누는 소공동체의 날로 정했다. 이때 초등학교 3~6학년 어린이들도 각자 두레에서 소공동체 말씀터 모임을 연다. 장소는 봉사자들의 집. 아이들은 빵과 우유 등 간식을 먹으면서 그 주의 복음을 함께 읽고 자신의 생활과 말씀을 나누게 된다.
 어떤 어른들은 아이들이 복음 나눔을 지루하게 여기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복음이 가진 힘을 모르는 소리다. 복음은 무척 매력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을 하느님 섭리로 이끈다. 그렇지만 초반에는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한 흥밋거리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간단한 놀이와 복음 말씀 조각 맞추기 등을 한 뒤 말씀을 읽는다. 한동네에 사는 아이들이 학년에 관계없이 고루 섞여 모이다 보니 나눔의 깊이와 내용도 다양하다.

 어린이 소공동체 말씀터를 이끄는 봉사자(말씀지기)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처음에는 아이들 표현이 과격하고 거칠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나눔을 하면서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형은 형대로, 동생은 동생대로 어떻게 챙기고 따라야 하는지를 배워가는 것 같아 기특합니다."

 "주일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말씀터에서는 곧잘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의 밝은 얼굴을 보며 어린이 소공동체 말씀터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성당에 가는 아이들이 하느님을 만나기보다 친구들과 노는 데에만 열중한다고 우려하는 어른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 성공회 존 웨스터 호프(John Wester Hoff Ⅲ) 신부는 이 시기 아이들 신앙을 일컬어 `친구를 만나러 오는 신앙`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먼저 친구를 맛 들이고, 그 다음에 성당을 맛 들인 후 주님을 맛 들이는 단계로 나아간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신앙교육에 앞서 먼저 성당 친구들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이 소공동체 말씀터는 큰 공동체 안에서 어울리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작은 꽃밭이 되고 있다. 작은 모종인 아이들은 말씀터 안에서 더 큰 꽃밭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또래 형제자매를 사귀는 것을 통해 인성과 품성을 닦는 것은 물론 청소년기에 닥칠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을 키워나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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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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