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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화적 본당 이야기] <26>유치부 어린이도 연옥영혼을 위해 기도

교회 아름다운 전통을 청소년들에게도 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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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무악재본당 신자들이 전 신자 연도대회에서 연도를 바치고 있다.
윗세대는 신앙 전통이 아래 세대로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릴 때 가까운 분이 선종해 위령기도를 바친 적이 있다. 당시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이 입을 모아 구성지게 기도하는 모습에 필자는 큰 위로를 받았다. 사제가 되고 나서 상가에 갈 일이 종종 생겼는데, 고인의 자녀나 젊은 가족이 함께 앉아 위령기도를 바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부모가 선종했을 때 위령기도를 바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필자가 경험했듯, 위령기도는 고인뿐 아니라 상을 당한 유족에게도 위로와 평화를 주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는 영원한 생명을 믿는다.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관문임을 믿기에 장례예식을 엄숙하고 거룩하게 치른다. 오죽했으면 천주교를 박해한 흥선대원군조차 "천주학쟁이들은 세 가지를 잘한다. 첫 번째는 언문(한글)이요, 두 번째는 죽은 사람을 염하는 일이며, 세 번째는 밀초 제작"이라고 말했을까.

 가톨릭 신자들은 예로부터 이웃이 상을 당하면 시신을 염하는 궂은 일에 앞장섰으며 밤새 위령기도를 바쳤다. 우리가 믿는 성인(聖人)들의 통공은 지상교회와 천상교회 간의 소통을 의미한다. 우리는 성인들 전구를 통해 하느님께 우리를 바친다. 그리고 연옥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이들이 천상교회로 올라갈 수 있도록 대속하는 것이다. 위령기도는 그런 의미에서 죽은 이들에 대한 살아있는 이들의 애덕행위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위령기도를 바치는 당사자의 삶의 시선은 현재에서 영원으로 확장된다.

 이처럼 의미 있는 위령기도가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것은 다음 세대에게도 전수해야 한다. 우리의 마지막 날, 자녀나 손주들이 바치는 임종경을 들으며 운명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리고 우리의 죽음 이후 내 자녀와 손주들이 나를 위해 기일과 명절에 위령기도를 바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 순간 우리는 죽음이 결코 고독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며, 우리가 죽은 후에도 자녀와 손주들의 기도가 끊이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청소년 친화적 공동체는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을 청소년에게 어떻게 하면 전수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서울 무악재본당에서는 이를 위해 10월 중순에 전 신자 대상으로 위령기도 교육을 실시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부터 청년까지 젊은 세대가 많이 참석하게 하는 것이었다. 교사들과 청년 리더들이 연락을 해서 참여를 독려한 결과, 위령기도 교육에 참가한 800여 명 중 150여 명이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이었다.

 강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의미를 알려주고 분위기와 가락을 익히도록 도왔다. 어린이와 청소년들 연습이 끝날 무렵, 필자가 상품을 걸고 그룹별로 경쟁을 시키자 아이들은 신나게 위령기도를 합송했다.

 교육이 끝난 뒤 어른들과 아이들이 마주 보며 교송으로 짧은 위령기도를 함께 바쳤는데, 글을 잘 모르는 유치부와 저학년 어린이들도 곧잘 따라 해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해하던 청소년들도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레(구역)별로 연도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가장 중요한 채점기준은 연습과 대회에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을 얼마나 많이 참석시켰는가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연습 때마다 각 두레에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이 얼마나 참여했는지 사무실에 알려달라고 했다. 위령성월인 11월 매 미사 중에 주님의 기도를 위령기도 가락으로 바치게 해 고유의 가락을 익히도록 했다.

 연도대회가 열리던 날, 신자들은 예를 갖춰 검은 예복을 입고 성전에 모였다. 9개 두레는 돌아가며 제대에 올라가 정성껏 위령기도를 바쳤다. 유치부 아이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청소년부 아이들의 의젓한 모습은 모두에게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신앙을 알려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기도하는 사람으로 자라난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은 훗날 큰 재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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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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