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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완주한 대부 조경식씨와 대자 이건우군

800km 힘든 여정 속 주님 사랑 되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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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식씨와 이건우군이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증과 순례자 여권을 들어보이며 웃음 짓고 있다.
 

   부자(父子)는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바빴다. 견진성사 대부 조경식(야고보, 60, 의정부교구 수동본당)씨와 대자 이건우(요한 사도, 16, 수동본당)군은 지난 10월 1일~11월 15일 세계적 성지순례길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함께 걸었다. 6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성당에서 만난 이들은 "800㎞를 걷는 쉽지 않은 여정에서 각자 주님 사랑을 되새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씨는 올해 직장에서 퇴직한 후 홀로 순례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다 건우군 어머니 권유로 대자와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건우군은 학교 측 배려로 2학기 중간고사는 체험학습으로 대체했지만, 30일가량은 무단결석 처리됐다. 어머니 신현애(에밀리아나)씨는 "공부야 언제든 마음을 다잡고 하면 되지만, 이처럼 의미 있는 시간은 다시 오기 어려울 것 같았다"며 "건우가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주님 안에서 밝고 사랑 가득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게 됐다"고 신앙여행을 선물한 이유를 밝혔다. 막연한 두려움에 망설였던 건우군은 긴 여행 덕에 더욱 가까워진 대부와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이가 됐다.

 순례는 쉽지 않았다. 온종일 걸어야 하는 일정에 건장한 건우군 발에도 금세 물집이 잡혔다. 둘은 걷는 속도가 달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초반에 힘들어하던 건우는 중반에 접어들면서 `걷기 달인`이 돼 숙소에 늘 먼저 도착했다. 조씨는 "매일 평균 30㎞를 걷다 보니 잡념은 사라지고 오로지 먹고, 자고, 걷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건우군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순례길도 있었지만, 자갈이 깔린 흙길을 걷는 게 더 좋았다"면서 "길을 걸으며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순례객과 금방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건우군은 이때 만난 친구들과 전자우편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가족여행 중에도 갈등은 생기는 법. 건우군은 무엇보다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30분씩 묵주기도하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허름한 순례객 숙소에 묵을 때엔 낡은 환경에 적응되지 않아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조씨는 하루 꼬박 걷느라 지쳤음에도 매일 건우군과 함께 숙소 인근 성당을 찾아 저녁 미사에 참례했다.

 조씨는 "길을 걸으며 각자 할 수 있는 묵상 말고 묵주기도와 미사 참례를 빠뜨리지 않으려고 건우를 이끌었다"면서 "순례 동안 저는 그간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고, 건우는 넓은 세상을 보며 지구 반대편 사람들 신앙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고 말했다.

 건우군이 산티아고순례길협회에서 발행하는 순례길 완주증을 자랑하듯 펼쳐 보였다. 그는 "순례길 끝 0.00㎞가 적힌 표석에 다다라 대서양을 바라볼 땐 `드디어 순례가 끝났구나`하는 후련함에 가슴이 벅찼다"면서 "20년 후쯤 순례길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다시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조씨는 "건우가 아직 어리지만, 우리 모두가 한분이신 주님을 위해 살고 있음을 마음속으로 분명하게 느꼈을 것"이라며 "신앙생활을 잘해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꾸준히 돕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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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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