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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5년 교리교사, 본당 주일학교 버팀목

인천교구 송림동본당 삼남매 주일학교 교리교사 백남희ㆍ남경ㆍ남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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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송림동본당 초등부ㆍ중고등부 주일학교 교리교사 삼남매가 환히 웃고 있다.
왼쪽부터 백남규ㆍ남희ㆍ남경씨. 이정훈 기자
 
   신앙에 투신하는 가족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인천교구 송림동본당 삼남매 주일학교 교리교사 백남희(마르가리타, 46)ㆍ남경(루치아, 41)ㆍ남규(요한 세례자, 39)씨는 성당을 떠나 집에 가서도 2차 회합을 벌인다. 주일학교의 미래부터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나누다 보면 뼛속까지 교리교사가 돼버린 이들의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른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봉사를 일이 아닌 기쁜 삶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본당 초등부ㆍ중고등부 주일학교가 탄탄히 운영될 수 있는 이유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삼남매는 동료 교사들이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오남매 가운데 맏이인 남희씨는 10월 20일 교구로부터 교리교사 25년 근속상을 받았고, 넷째 남경씨와 막내 남규씨는 올해로 교리교사 9년 차다.

 10월 19일 인천시 동구 송림동성당. 시끌벅적한 학생들 틈에서 삼남매를 만났다. 남희씨는 "한해 한해 아이들을 위해 그저 같은 걸음으로 걸어왔을 뿐인데 주변에서 너무 띄워주시는 것 같아 후배 교사들에게 매번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겸손한 소회를 밝혔다.

 두 자녀의 엄마인 남희씨는 25년 전 성소의 꿈을 키우다 우연히 본당 수녀의 권유로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하게 됐다. 쉽지 않은 교리교사직은 몸은 고됐지만, 수고로움을 알아주는 학생들이 예뻐 이만큼 세월이 흘렀다. 현재 본당 초등부 동료 교리교사들은 모두 그가 가르친 학생들이며, 자녀들도 모두 주일학교에서 직접 가르쳤다.

 남희씨는 "작고 귀엽기만 했던 학생들이 어느새 자라 교사가 돼 학생들을 위해 밤낮 고민하고, 함께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며 "어떨 때엔 같은 교사라고 엄마뻘인 제게 `언니, 언니` 할 때면 요것들 봐라하는 생각도 든다"며 웃음 지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들 삼남매만 교회에 온몸을 바친 게 아니었다. 둘째는 어느날 장난처럼 "나 수녀 해도 괜찮을까?"라고 웃으며 묻더니 정말 수녀회에 입회했고, 어렸을 때부터 추운 날에도 새벽미사를 거르지 않고 꾸준히 복사를 선 셋째는 사제가 돼 어느덧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본원장(백남일 신부)이 됐다.

 비결은 부모님이었다. 남희씨는 "젊은 시절 사제의 꿈을 키우셨던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 꿈을 접으셔야 했고, 그래선지 저희를 둘러앉혀 놓으시고는 늘 `너희를 신부ㆍ수녀로 키우련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4년 전 하느님 곁으로 돌아간 오남매의 어머니는 홀몸어르신 가정과 요양원을 옆집처럼 방문해 어르신을 씻겨주고, 직접 한 요리와 김장, 밑반찬을 전하는 삶을 30년 넘게 살았다.

 넷째 남경씨는 "요양원에서 난생처음 보는 어르신을 마치 부모님 모시듯 정성껏 씻고 닦아드리던 어머니 모습이 생생하다"면서 "춥고 배고픈 구석구석을 찾아다니신 어머니가 하신 것에 비하면 저희가 하는 것은 정말 부족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막내 남규씨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며 "나이 차이가 크다 보니 최신 가요나 유행코드도 혼자 익혀야 하지만, 먼저 관심을 갖고 안부를 묻는 것만큼 좋은 교사 역할도 없다"고 말했다. 남경씨는 "매년 반복되는 같은 교리에 학생들이 자칫 `지루한 신앙생활`에 빠지지 않도록 매주 한 가지 주제로 말씀을 익히도록 가르치고 있다"며 "든든한 동료이자 멘토인 언니와 함께 아이들에게 주님 사랑을 꾸준히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후배 교리교사인 동생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 남희씨는 "스물 다섯 해 동안 같은 교리를 가르치지만, 순간순간 느끼는 신앙의 참뜻은 해를 거듭할수록 깊어진다"면서 "동료 교사나 사목자와 갈등이 있더라도 늘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성화된 삶을 산다면 좋은 교리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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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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