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태풍 피해 긴급구호를 위한 국제 카리타스 조정회의가 12월 4일 열렸고, 5~6일은 피해 지역 현장 방문이 이뤄졌다. 다음은 이번 회의에 참가한 한국 카리타스 인터내셔널 국제협력 신혜영(아녜스) 팀장의 방문기이다. 본지는 이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12월 5일 새벽 6시, 국제 카리타스에서 준비한 필리핀 태풍 피해 현장 방문은 여러 팀으로 구성되어 구호 현장 곳곳을 방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필자가 속한 세부 북부 방문팀은 국제 카리타스를 비롯하여 영국, 스위스, 캐나다, 벨기에, 아일랜드 카리타스 등 총 11명으로 구성되었다. 약 3시간을 달려 도착한 메델린 항구에는 반타얀 섬으로 가는 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착장에는 필리핀 군인 수십 명이 구호 작업을 하러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시신)를 수습하기 위한 장비들도 눈에 띈다.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반타얀 섬 산타페 선착장에 도착했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구호 물품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산타페에서 마드리데호스 마을로 가는 길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집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성한 집이 하나도 없다.
구호 현장에는 수백 명의 이재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혹한 피해 현장 속에서도 평화롭고 순조롭게 구호 물품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의 방문을 반기는 마을 주민들은 수줍은 미소를 띠며 눈으로 인사를 전한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분배는 늦은 오후까지도 이어졌다. 하루 종일 땡볕에서 자신의 순서가 오기만을 기다렸을 텐데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힘들어하는 내색이 보이지 않는다.
물품 분배는 세 차례의 단계를 거쳐 진행되고 있었다. 첫 번째 대기 장소에서는 수혜자 이름을 확인하고 사인을 받고 물품 목록을 받아 든 다음 두 번째 장소에서 신속하게 물품들을 확인하고 전달받는다. 세 번째 장소에서는 수혜자 이름과 가구 현황(가구원 수, 가구원 중 취약계층 확인, 피해현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었다.
현장에는 마을 주민들로 이루어진 자원봉사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랫동안 서로 잘 알고 지내던 사이이기 때문에 수혜자 명단 확인도 수월하고, 물품 배분도 아주 신속하다. 봉사자들도 태풍 피해를 입은 이재민이지만 피해를 입은 이웃을 도울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는 봉사자들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전혀 지쳐 보이지가 않는다. 구호 물품 배분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봉사자들 틈에서 방수포와 주거지 복구 물품을 함께 나누어줬다. 물품을 받아 안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퍼져 올라온다.
물품 분배 중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마을 회관 안으로 피신을 했다. 마을 회관도 부서져서 비 피할 데가 마땅치 않지만 회관이 꽉 차도록 사람들이 들어가 있다. 마을 회관 안으로 들어가니 모두들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한다.
한국 카리타스에서 왔다고 자기소개를 하니, “카리타스, 땡큐, 땡큐”, “카리타스, 베리 굿”이라며, 감사 인사를 연거푸 전한다.
분배 현장을 나와 피해를 입은 마을 곳곳을 돌아보았다. 반타얀 섬의 주민들은 양계장을 운영하거나 농업과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태풍으로 인해 양계장은 송두리째 엎어져 버렸고, 고기잡이 배는 부서졌으며, 밭에 있던 농작물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양계장들은 마구잡이로 부서져, 닭도, 달걀도, 닭집도 태풍에 날아가고 없었다. 지금 당장은 구호 물품으로 살아갈 수 있겠지만, 당장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피해자들은 걱정이 커져가고 있다.
피해 현장에 대한 방문을 마치고 산타페로 돌아왔다. 전 세계에서 모인 카리타스 방문팀은 오늘 하루의 방문에서 느낀 점들을 서로 나누고 효과적인 지원 방안에 대해서 논의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