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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봉합 "사회의 큰 어른" 기대

우리나라 세 번째 추기경 탄생과 의미 /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장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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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엽 신부
 

   우리나라 세 번째 추기경이 탄생했다.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새 추기경 19명을 임명했고, 대한민국에서는 세 번째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가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한국 천주교계는 이번 임명에 한국이 대표할 수 있는 지역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즉시 "한국교회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큰 축복이고 이번 염 추기경의 임명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더 함께하는 교회가 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도 새 추기경 임명이 소모적인 이념 갈등을 걷어내고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천주교 본연의 역할대로 사회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약자들을 보듬어주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

 추기경 서임은 한국교회만의 기쁨이 아니라 온 국민의 축제와 같다. 왜냐하면 추기경 탄생은 한 국가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을 의미하는 하나의 경사이기 때문이다. 추기경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계제도의 최고 권위자인 교황 다음 가는 고위 성직자이다. 추기경은 한 나라 가톨릭교회의 지도자인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지도자라는 숙명을 갖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군사 독재정권 시절 한국 가톨릭교회는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투쟁했다. 그 한가운데 김수환 추기경이 있었다.

 두 번째 정진석 추기경이 임명됐을 때 최근에 작고한 작가 최인호는 `추기경의 탄생은 국가적 경사로서 영광의 훈장이자 승리의 갑옷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추기경의 탄생은 성녀 데레사의 말처럼 적으로부터 반대 받는 표적이 됨으로써 집중 포화를 받아도 결코 쓰러질 수 없는 또 한 명의 깃발 없는 기수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라 역설했다.

 "악의 논리와 궤변의 사술이 노골적으로 횡행하는 이 세기말적 시대에 또 한 명의 붉은 수단의 정진석 추기경이 탄생됐으니, 그는 그 붉은 핏빛의 추기경 옷이 암시하듯 십자가의 깃발을 들고 못에 박혀 죽기 위해 맨발로 골고다의 언덕을 향해 걸어가는 또 하나의 죄 없는 죄수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라 했다. 항상 그렇듯이 새 추기경에게는 시대의 요구가 있다. 그가 짊어질 십자가가 새 추기경의 어깨에 놓여 있다.

 염 추기경 탄생은 실제로 한국 가톨릭이 앞으로 아시아와 세계 교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강하게 담겨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낮은 곳을 지향하는 `서민적 교황` 프란치스코의 가치를 더 적극적으로 실현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추기경은 그동안 단순한 종교 지도자 이상의 몫을 해왔다. 추기경에게 거는 기대 역시 가톨릭 안팎의 갈등을 봉합하는 `사회의 큰 어른` 역할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는 갈등과 분열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항상 다른 생각과 가치관이 존재한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상대를 무시하거나 배척해서는 살 수 없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둘로 갈라져 있으면 서로 불신하고 미워하고 배척한다. 우리 사회에 공존과 화합이 정말 절실한 때이다. 남북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남북이 진심으로 마음을 터 넣고 대화를 하고 신뢰를 할 수 있는 평화의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지적하신 대로 오늘날 우리는 지나치게 물질 위주 삶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물질만이 최고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이들을 이겨야 하고 무엇이든지 빨리 많이 소유하려고 하는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전을 위해 집단 이기주의를 버리고 공동선 증진에 뜻을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공존하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야말로 바로 하느님 뜻이다.

 염 추기경은 지난 13일 서울대교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서임 축하행사에서 "교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겸손해야 하며,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13일 "뿔뿔이 흩어진 양들을 모으고, 저의 작은 희생을 통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화해와 공존을 추구하고, 모든 사람이 깊은 연대감을 갖고 하나의 가족,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세 번째 염수정 추기경. 그가 앞으로 우리 사회 화합과 소통, 통합과 공존의 길을 향해 어떤 역할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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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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