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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고 나누면 바로 이곳이 천국"

염수정 추기경, 노숙인 요양시설 ''은평의 마을'' 사목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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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에서 임명 후 첫 공식 미사

사제 장례미사로 미뤘던 방문 약속 지켜

순교 상징 옷색깔처럼 살도록 기도 요청



 
▲ 노숙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추기경 임명 후 첫 사목 방문지로 은평의 마을을 찾은 염 추기경이 요양 중인 행려병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리길재 기자
 

   얼어붙은 대지가 나른한 기지개를 켤 만큼 화창했던 19일 노숙인 요양시설인 서울 `은평의 마을`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추기경 임명 후 첫 사목방문을 했다.

 이날 방문은 염 추기경이 은평의 마을 가족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염 추기경은 애초 지난해 성탄 미사를 이곳에서 봉헌키로 했지만, 갑작스레 선종한 교구 신부의 장례미사를 주례하게 되면서 방문을 미뤘다. 염 추기경은 이날 노숙인과 함께 3시간을 보내면서 미사를 봉헌하고, 중환자들을 방문하고, 가족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은`혜롭고 `평`화로운 곳, 은평의 마을은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가 서울시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곳으로 정신장애ㆍ중증장애인 1500여 명이 요양하고 있는 시설이다. 대부분 오랜 노숙 생활로 정신분열, 간질, 대뇌경색, 파킨슨씨병, 당뇨 등 중병을 앓고 있다.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고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움직일 만큼 쇠약한 이들이 상당수다.

 염 추기경은 이날 미사를 시작하면서 은평의 마을 가족들에게 "여러분의 기도는 참으로 힘이 있다"면서 "제가 하느님과 세상, 교회와 사람을 잇는 경첩, 돌쩌귀의 역할을 잘해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진심으로 당부했다

 그는 미사 강론에서도 "저는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 빨간 선홍색 옷을 입게 될 것입니다. 그 옷은 순교를 뜻합니다. 제가 옷 색깔만큼 모든 것을 바치고 사랑하며 살 수 있으려면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라며 추기경이 된 자신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거듭 청했다. 은평 가족들은 추기경의 부탁에 거침없이 큰 소리로 "예!"라고 화답했다.

 염 추기경은 은평 가족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간결하게 강론했다. "천국은 다른 세상, 죽어야만 가는 곳이 아닙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서로 사랑하고 나누는 데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세례 때 물속에 잠기신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처럼 높은 자리가 아닌 낮은 곳으로 내려가 죽는 삶입니다." "여러분, 늘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이 사랑이 예수님의 기쁜 소식입니다."

 미사는 날씨만큼이나 포근했다. 염 추기경은 이마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정성껏 은평의 마을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체를 영해줬다. 은평의 마을 가족들도 염 추기경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하고 핸드벨로 축가를 연주했다.


 
▲ 염수정 추기경이 오랜 노숙생활과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은 한 중환자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고 있다.
 


 미사 후 염 추기경은 중환자실을 돌며 환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건강하세요" "하느님 안에서 함께 기도합시다"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염 추기경은 은평의 마을 방문을 마친 후 인근 역촌동성당(주임 정병조 신부)에 들러 신자들에게 "오랫동안 지속해서 은평의 마을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것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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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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