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인간 존엄성 약화 우려… 호스피스 법제화가 우선
염수정(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추기경은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 움직임에는 생명의 가치와 인간 존엄성을 약화하고, 안락사를 허용할 위험이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염 추기경은 23일 `연명의료 결정에 관하여 교우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 "현재 정부의 법제화 움직임은 기대보다 우려를 낳고 있다"며 "안락사와 밀접히 연결된 `죽을 권리` `환자의 자기결정권` 등은 환자가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돌보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염 추기경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적절한 치료와 돌봄을 받으며 편안하게 지내다가 평온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유재중(이냐시오,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특별 심포지엄 `바람직한 연명의료결정의 방향과 과제`를 열어 연명의료 법제화의 한계와 문제를 짚고, 연명의료 결정 법제화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제도의 법제화가 더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연명의료 법제화의 한계와 문제점`을 발표한 신동일(한경대 법학과) 교수는 "연명의료를 법제화하는 것은 국가가 시민(환자)을 회복 가능성 여부를 기준으로 상대화해서 사형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생명 절대보호가 아닌 생명 상대보호를 법제화하는 국가의 추악한 범죄가 될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영선(안드레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 발표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환자가 무익한 치료를 중단하기 위해 연명의료 결정을 해도 호스피스와 같이 환자를 적극적으로 돕는 장치가 없다면 존엄성을 존중받을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며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에 앞서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법 제정, 제도 확립과 시설 확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규만(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부위원장) 주교는 인사말에서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연명의료결정법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아닌 인간의 대의명분이나 이익을 목적으로 법제화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