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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처음 열린 총회로, 주교단이 발표한 담화는 교황의 방한 메시지와 「복음의 기쁨」에 대한 한국교회 주교단의 응답이라는 성격을 지녔다. 담화는 크게 반성과 다짐, 그리고 권고로 이뤄졌다.
주교단은 담화에서 먼저 한국교회 신자와 국민 모두에게 축복이 됐던 교황 방한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라는 교황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한편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했다. 이어 교황 뜻에 따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찾아가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담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복음의 기쁨」을 실현하는 데 주교단이 앞장서겠다는 뜻으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사치한 생활을 청산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한 ‘프란치스코 통장’(가칭)을 개설하겠다는 것인데, 주교단이 자신의 실천 의지를 구체적 방법으로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신자들에게 실천을 요청하기에 앞서 주교단이 먼저 복음의 기쁨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한국교회 변화와 쇄신의 견인차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말보다는 실천을 앞세우고 먼저 손을 내미는 프란치스코식 쇄신의 출발인 셈이다.
프란치스코식 쇄신은 한국 교회 쇄신 방안을 주교단이 일방적으로 마련해 신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신자들이 토론한 결과를 취합해 만들겠다는 권고에서도 잘 드러난다. 주교단의 이 같은 의지에 따라 이번 총회에서 구체적 쇄신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회 구성원 전체의 뜻을 한데 모아 추진할 때 진정한 교회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교단의 판단은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교회의 사무처장 이기락 신부는 “담화는 교회 울타리 너머인 사회에 변화를 촉구하기보다는 교회 내적 쇄신과 반성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주교단이 내놓은 구체적 실천 방안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자성의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강우일 주교는 “주교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며 담화에 담긴 주교단의 실천 의지가 한국 교회 전체의 쇄신과 변화에 디딤돌이 되길 희망했다.
주교단의 이번 담화는 한국 교회 새로운 변화에 불씨를 지피는 프란치스코식 쇄신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교회를 이끄는 주교단이 쇄신의 행보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때 파급 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담화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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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담화문 요지> ‘2014년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며’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종(교황)은 아파하는 이들을 위로하며, 우리 모두 좌절을 딛고 복음적 회심으로 나아가도록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그분의 복음적 행보에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예언자적 징표가 가득히 담겨 있었다. 우리 주교들은 이번 총회에서 교종 방한 이후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고 논의했다.
교종은 우리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기를 촉구하셨다. 주교들에게는 특히 우리가 ‘중산층의 공동체’가 되고 ‘번영하는 교회, 선교하는 교회, 커다란 교회’가 됐으며, ‘가난한 이들을 쫓아내지는 않아도, 가난한 이들이 감히 교회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또 제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없게 하는 그런 방식으로 살고 있음’을 지적하셨다. 그리고 이러한 유혹에 주의하라고 일깨워주셨다. 우리는 교종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깨어있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오늘날 물질주의, 경제 제일주의에 짓눌려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모든 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그들과 연대할 것을 다짐한다. 이러한 찾아 나섬과 연대를 위해 용기를 내어 첫걸음을 떼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한 맺힌 눈물과 탄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하고 연대할 것이다.
우리는 교종의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과 방한 메시지를 다시 되새기며 한국 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여러 지역 교회에서 성직자, 수도자, 신자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성찰하는 여정을 시작할 것을 권고한다.
또 이번 추계 총회를 통해 우리 주교들은 이 땅에 복음의 기쁨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자신의 생활에 변화와 쇄신이 선행돼야 함을 함께 자각하고 서로 힘을 모아갈 것을 다짐했다.
첫째, 우리가 먼저 찾아 나서면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둘째, 우리는 스스로 사치한 생활을 청산하고자 한다.
셋째, 우리는 주교단으로서 함께 지속적으로 자신의 가진 바를 나누고 ‘프란치스코 통장’에 기금을 마련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넷째, 여러 지역 교회 쇄신의 여정에서 종합되는 열매를 수합해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