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여는 사람들 / 온라인 쇼핑몰 ‘바티칸 마트’ 사장 주시형씨
▲ 인터넷 쇼핑몰 사장 주시형(가운데)씨가 가족들과 함께 자신의 쇼핑몰에 올려진 상품을 관리하고 있다. 이힘 기자
말도 잘하지 못하는 뇌성마비 장애인 주시형(요한 세례자 27 수원교구 아미동본당)씨의 새해 소망은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것이다.
주씨는 2010년 개설한 온라인 쇼핑몰 ‘바티칸 마트’(http://shop.11st.co.kr/jusihyung1988)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신의 처지와 닮은 장애인들에게 쇼핑몰 창업과 운영 비결을 무료로 재능 기부하는 게 꿈이다.
서울 상일동의 장애인 재활학교인 주몽 재활원 출신 첫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인 그는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한 「2014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위한 진로 정보」에 우수 취업 사례로 소개된 주인공이다.
그는 쇼핑몰에서 안경과 선글라스 휴대폰 액세서리 등 수십 종류의 상품을 판매한다. 신자는 물론 그를 아는 사제들도 주요 고객이다. 최대 월 매출 400만 원을 넘길 정도로 실적도 좋다. 그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장애인 가족들도 생겨나고 있다.
주씨는 “몸이 불편하다고 처지를 비관하거나 남의 도움만 받으려는 장애인이 너무 많다”며 “장애 때문에 자기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세 살 때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중증 장애인이 됐다. 길거리에서 뛰놀다 달려오던 차에 부딪혔는데 그 뒤로 몇 번 경기를 일으키더니 결국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그래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끈기와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해나갔다. 중3 때부터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목표로 10년 가까이 컴퓨터를 공부해 이제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처음엔 마우스 조작도 하지 못해 땀으로 온몸을 적셔야만 했다. 포기하고 싶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끈기 덕분에 그는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가족의 관심과 도움도 컸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이 돼 준 것은 신앙이었다. 힘들고 좌절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는 하느님과 성모님께 기도했다. 쇼핑몰 이름을 바티칸으로 지은 것도 이용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천주교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모와 남동생까지 모두 네 식구인 주씨 가족은 2001년에 같은 날 함께 세례를 받았다. 요즘엔 온 가족이 매달 한 차례 전국 성지를 순례하며 장애인들을 위해 기도한다.
주씨는 “장애인 가정이 해체돼 장애인들이 보호 시설로 보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장애인들이 홀로 경제적으로 자립해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재능 기부를 통해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