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가정·선교·성소 등 한국 교회 사목 현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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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교단(1그룹)의 교황 알현은 한마디로 파격이었다.
알현은 교황과 주교 14명이 질문을 주고받으며 격의 없는 대화로 이어가는 좌담회 식으로 진행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원고 없이 즉석에서 한국 교회의 여러 사목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밝히면서도 중간중간 농담을 섞어가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겉으로 드러난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면모가 한껏 드러난 알현이었다. 프란치스코 스타일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알현은 이탈리아어와 영어 순차 통역으로 진행됐다. 교황은 한국을 다녀온 지 꽤 되는 바람에 한국어를 잊어버려 하는 수 없이 통역이 필요하게 됐다는 농담으로 웃음을 선사하며 한국 주교들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교황은 가장 먼저 세월호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질문해 소외된 이들을 사랑하는 목자로서 모습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이어 지난해 8월 방한 당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24위 시복식이 무척 아름다웠다면서 한국 교회에 대한 강한 애정을 나타냈다.
◎…교황은 방한 이후 가톨릭에 입교하는 이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말을 듣고는 하느님께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가 입교 후 곧바로 냉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한국 교회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하자 교황은 “교리교육과 진정한 하느님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교회 공동체가 새 영세자와 동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한국 교회 예비 신학생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매우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사제의 환속과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다.
또 “지난해 방한 당시 수도자들과의 만남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면서 수도자들에게 영성(기도)과 수도 공동체 생활 공부 사도직 활동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선교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도 소개했다. 교황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 한국인 수녀 3명이 병원 사목을 위해 아르헨티나에 왔다. 교황은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수녀들이 스페인어를 할 줄 몰랐지만 따스한 미소와 친절로 환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교황이 가정을 주제로 시노드를 두 번씩이나 개최하는 등 가정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는 배경을 묻자 “가정은 두 번의 시노드가 필요할 만큼 중요한 주제”라며 가정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주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부탁했다.
◎…기존의 사도좌 정기방문 중 교황 알현은 주교를 개별적으로 만나는 데 따른 시간이 너무 짧아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한국 주교단 전체가 2개 그룹으로 나눠(2그룹은 12일에 알현) 단체로 알현함으로써 교구의 틀을 벗어나 한국교회 전체 차원의 사목 현안에 관해 교황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주교들은 입을 모았다.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는 “창조적이고 풍요로운 만남이었다”고 전했고 조규만(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는 “화기애애했다”는 한마디로 알현 분위기를 압축했다.
한국 주교단 26명 가운데 사도좌 정기방문이 처음인 주교는 모두 9명. 이 가운데 옥현진(광주대교구 총대리) 주교는 “가톨릭 교회의 전통과 일치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사도좌 정기방문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교황청 인근 우르바노대학 구내에 있는 국제선교촉진센터(CIAM)를 숙소 겸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 장소로 정한 한국 주교단은 사도좌 정기방문 첫날인 9일 성 베드로 사도 무덤 제대 미사와 1그룹의 교황 알현을 한 후 오후에는 봄 정기총회를 개막하는 등 분주하게 일정을 보냈다.
로마=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교황 알현을 마친 주교들이 교황청을 빠져 나와 성 베드로 광장을 걷고 있다. 왼쪽부터 김운회 주교 염수정 추기경 유경촌 주교.
한국 주교단이 9일 성 베드로 무덤 제대에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한국 주교단이 9일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주교들이 9일 아침 성 베드로 무덤 제대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성 베드로 대성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