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와 후원으로 운영 23일 기념 감사 미사 봉헌
▲ 16일 병원장 이영순(잔느) 수녀가 호스피스 병동에 들르자 입원환자인 조진호씨가 봉사자와 함께 활짝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오세택 기자
성가복지병원(병원장 이영순 수녀)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무료병원’이다.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내원만 하면 알아서 다 진료해주고 치료가 힘들면 인근 국립의료원이나 시립병원에 이송 수술까지 받게 해준다. 완전 ‘공짜’다.
헌데 사람들은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가보다. 엑스선사진을 찍으러 온 일부 환자는 조심스럽게 “선생님 혹시 이거 돈 내는 거 아니죠?” 하고 묻곤 한다. 12년을 영상의학과에서 일해온 김수연(미카엘라 49)씨가 “무료니까 걱정 마세요” 하고 말하면 그제야 다들 안색이 확 펴진다.
물론 이 병원을 이용하려면 자격 요건이 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여야 하고 노숙자도 가능하다. 요즘엔 국립의료원과 시립병원이 생겨 이들을 공짜로 치료해주자 차상위계층과 이주노동자 이주민들로 수혜 범위를 넓혔다.
그렇다면 한때 대학병원이던 이 병원은 어떻게 유지를 할까? 한 달이면 2억 원에 이르는 병원 운영비는 ‘후원’에 의존한다. 병원 운영 주체인 성가소비녀회(나자렛 성가정의 작은 여종 수녀회)는 1990년 무료 복지병원으로 전환하며 전 회원 500여 명이 생활비의 10를 봉헌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에서도 25년을 한결같이 후원했고 삼진제약이나 하나제약 대한약품 같은 제약회사도 약품이나 영양제 주사제 등을 보탰고 LG복지재단 등도 의료비품을 지원했다. 그래도 주역은 ‘개미군단’과도 같은 개인 후원자 1만 명이다. 그렇게 25년을 살아왔다. ‘기적’이 따로 없다.
일손은 의료진을 포함해 직원 46명에 수도자 21명이 손을 보탠다. 외과와 내과 가정의학과 등 진료의사가 상주하는 3개 과를 제외하고 나머지 11개 과는 다 자원봉사로 충당한다. 가톨릭대와 경희대 연세대 등 각 대학 의대 출신 봉사자만 50여 명이나 된다.
2008년 개업한 뒤 봉사를 오다가 3년 만에 상주의사로 눌러앉은 의무원장 강주원(요한 세례자 60) 외과 과장은 “봉사를 오는 의료진이나 봉사자들은 한결같이 성심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살핀다”며 “실은 집사람이 적극적으로 밀어줘서 상주의사로 있게 됐는데 아마 여기서 의사 생활을 끝내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다.
직원이 부족해 빚어지는 어려움은 평일 70여 명 토요일 150여 명에 이르는 봉사자나 봉사팀이 채운다. 안내 봉사부터 사회사업과 의무기록실 진료안내 식당 조리ㆍ배식 청소 등을 다 거든다.
호스피스 병동 봉사자 유기호(요셉 70)씨는 “1997년 10월 우리은행에서 퇴직해 18년째 봉사를 해왔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고생이나 수고로움보다는 오히려 봉사가 주는 행복과 기쁨이 더 컸다”고 고백한다.
담관암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투병 중인 조진호(대건 안드레아 63)씨는 “호스피스 병동 또한 돈이 없는 이들은 들어가기가 어려운데 성가복지병원은 그렇지 않다”며 “늘 함께해주시는 수녀님들과 봉사자들의 사랑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고백한다.
성가복지병원은 무료병원 개원 25주년을 맞아 하느님 은총에 감사를 드리며 오는 23일 오후 2시 1층 성당에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유경촌 주교 주례로 25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