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베르디가 작곡한 ‘나부코’라는 오페라가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라는 노래를 여러 번 돌려 듣게 됩니다. 이 오페라의 시대적 배경은 기원전 6세기경입니다. 장소적 배경은 메소포타미아 남쪽 바빌론의 유프라테스 강가이고 등장인물은 유배를 떠난 히브리 민족입니다. 당시 다윗과 솔로몬이 이루었던 통일국가 이스라엘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 북쪽은 아시리아의 식민지가 되고 남쪽은 바빌론의 침공을 받아 히브리 민족들은 유배생활을 하게 됩니다. 남유다를 침공한 바빌론의 임금은 ‘네부카드네자르’입니다. 나부코는 ‘네부카드네자르’의 이탈리아어 발음을 줄인 것입니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이렇게 유배를 떠난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며 부른 디아스포라의 노래입니다. 많은 분들이 익숙한 음율로 흥얼거리겠지만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우리의 현실과 맞물려 떠오르는 상념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가사에는 고단한 삶으로 인한 절망과 떠나온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풍겨납니다.
“가라 그리움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 고향의 절벽과 언덕으로 날아가리라… 그리운 요르단 강변과 무너진 시온의 성탑에 안부를 전해 다오… 오! 지금은 잃어버린 아름다운 나의 조국. 오! 소중한, 그러나 절망으로 가득한 기억들… 신에게 용서와 자비를 구하자. 우리에게 시련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통일됐던 나라가 분열됨으로 인해 받게 되는 고통의 기억들, 그리고 이 고통과 그리움에 대한 히브리 민족들의 애달픈 절규가 속속들이 느껴집니다. 이후 히브리 민족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족이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됐는지 돌아봅니다. 그리고 계명을 어기고 약속에 충실하지 못했던 결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긴 역사로 보자면 바빌론 유배는 히브리 민족이 다시금 초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됩니다.
6·25전쟁 정전 70년을 맞는 7월입니다. 오늘날 우리 남과 북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아닌 ‘한민족 후예들의 합창’을 부끄럽게 노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침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몽골 방문 소식이 들려 옵니다. 몽골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체제전환 국가이고 한반도 평화에도 일정한 역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 당사자끼리의 직접 대화가 단절돼 있는 이때, 교황님의 몽골 방문으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천조 그레고리오(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