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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본래 한 나라였구나 / 이향규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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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대해 우리에게 쉽게 발표해 줄 수 있겠니?” 영국재향군인회(RBL)의 잰이 부탁을 했다. RBL은 매년 여름에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을 초청해서 감사인사를 하고 그해에 기억할 전쟁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데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전쟁의 맥락과 남북한 사람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렇게 시작했다. “코리아는 적어도 1000년 이상 한 나라였다는 것을 먼저 강조하고 싶어요.” 화면에는 10세기 고려시대의 지도와 20세기 초반 조선의 지도를 띄웠다. “그런데 제가 코리아에서 왔다고 말하면, 꼭 북이냐 남이냐를 물어봐요. 언젠가 사람들이 코리아를 떠올릴 때, 더 이상 남과 북을 구분하지 않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발표를 이어갔다. “분단의 비극은 1910년에 시작됩니다. 한반도는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가 됐습니다. 많은 이의 독립투쟁에도 불구하고 식민지배는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끝났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해방이 분단으로 이어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세계 제2차 대전 패전국 독일은 연합군에 의해 동서로 분단됐습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패전국 일본이 아니라, 비극적이게도 일제강점으로 고통받았던 한반도가 분단됐습니다.” 나는 분단을 생각할 때마다 이 점이 가장 억울하고 슬프다. 남에 의해 잘못 채워진 분단의 첫 단추는 이후 계속되는 비극을 불러왔다. 좌우 갈등, 분단 정부, 전쟁,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겪은 부당한 고통까지.

“전쟁으로 국군 14만 명, 유엔군 4만 명, 인민군 52만 명, 중국군 12만 명이 전사했습니다. 민간인의 희생은 훨씬 컸습니다. 약 250만 명이 사망했다고 추정합니다. 10만 명 넘는 어린이가 고아가 됐습니다. 제 아버지도 이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산으로, 10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한반도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너무 당연하다고 여긴 이 역사가 얼마나 비극적인지 알겠다. 발표가 끝나고 사람들이 다가왔다. “코리아가 원래 하나였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잰은 내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와 너의 가족 이야기는 너무 슬펐어.” 이미 눈이 빨갰다. 눈물이 글썽글썽한 그를 보면서, 슬픔에 둔감해진 내가 보였다. 나는 너무 익숙해졌다.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이향규 테오도라(뉴몰든 한글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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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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