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인권의 법적 보호 강화와 제도적 실현 증진을 목표로 5년 단위로 세우는 범정부 종합계획이다. 유엔의 권고 등을 감안해 지난 2007년부터 수립해 집행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시행될 4차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초안을 마련하고 의견수렴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는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태아의 권리와 관련해 중요한 지적이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홍관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후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가가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보호 의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낙태죄에 대한 입법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회는 정치적 이득이 없어서인지 낙태죄 보완 입법을 철저하게 외면해 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여러 건의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소위원회에 계류시켜 놓고 전혀 심의하지 않았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관련 법안은 내년 5월로 끝나는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는 사이 출산율은 0.7대로 떨어지고 산모의 건강권은 물론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태아의 생명권은 짓밟히고 있다.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은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 따라서 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현재 사형제도 개폐 문제, 소수 종교문화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배제, 그리고 기술 진보에 따른 사이버범죄 등 온라인플랫폼 대책도 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