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신앙이 있긴 한가’
지난 8월 열렸던 리스본 세계청년대회(WYD) 현장에 있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이었다.
물론 세계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교를 나누고, 현지인들에게 조건없는 호의를 받는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그리스도교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WYD가 신앙 축제라고 불릴 만큼 와 닿지는 않았다.
신자로서 미사가 너무나 익숙하고, 어쩌면 가톨릭평화신문의 일원이 되면서 매일 접하는 교회 소식으로 인해 무덤덤해졌을 수도 있다.
철야기도를 할 때였다. 여느 WYD 기간과 다를 바 없이 인터뷰 진행조차 어려울 정도의 대화나 노랫소리가 드넓은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위화감이 들었다. 세상이 멈춘 듯 주변이 조용해진 까닭이다. 성체조배를 하는 순간, 젊은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제대를 비추는 전광판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거친 모래가 굴러다니는 시멘트 바닥에서도 말이다. 웃음기는 보이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한 한국인 봉사자는 눈물을 흘렸다.
문득 철야기도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 만난 현지 언론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뙤약볕을 더 뜨거운 열기로 뭉개며 3시간 넘게 걸어가는 100만 젊은이들을 보며 이렇게 감탄했다.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그렇구나. 이 청년들은 신앙을 위해 먼 길을 떠나 이곳까지 온 거구나.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신앙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을. 젊은이들이 살아갈 때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우리 가운데서 이미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