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가 주요 뉴스 이용 매체가 된 이후 생긴 습관이 있다. 뉴스를 볼 때 댓글을 먼저 보는 습관이다. 운이 좋으면 콘텐츠 내용을 알기 쉽게 요약해준 내용을 보기도 한다. 어떤 때는 어려운 뉴스 내용을 보충 설명하거나, 후속 뉴스를 볼 수 있는 페이지를 안내하는 내용이 적혀있기도 하다.
다만 댓글을 먼저 보는 것이 마냥 유용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댓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심한 감정 소모를 겪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상대에 대한 비방부터 인신공격, 허위 정보까지 도를 넘은 ‘악성 댓글’이 널려있다. 어떤 때는 수십 개의 댓글이 이어지며 댓글끼리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대부분 내용의 요점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이다. 상대가 틀린 말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니 합의가 될 리 없다.
이런 댓글을 볼 때마다 ‘민들레 원칙’이 생각난다. 룰루 밀러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언급돼 유명해진 민들레 원칙은 일종의 상대성 원칙이다. 민들레는 민들레를 바라보는 사람의 필요에 따라 약초가 되기도 하고, 잡초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민들레 자체는? 그냥 민들레일 뿐이다. 작가는 더 나아가 민들레 원칙을 인간 지력의 한계를 설명하는 단어로 쓰기도 한다. 단순한 민들레 하나도 정의할 수 없는데, 더 복잡한 사회, 생태의 복잡성을 한 인간이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작가는 소통에서 겸손함과 조심스러움, 공경하는 마음을 강조한다. 쉽게 말해서 판단하지 않고 경청하는 자세다.
교회는 이 같은 경청의 자세를 강조하는 자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오는 10월 4일 개막하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다. 싸움과 비난이 더 익숙한 세계에서 경청의 자리가 마련된다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교회가 보여줄 시노드적인 대화가 다시금 사회에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