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시대다. 문명의 발전과 관계없이 약탈과 침략, 저항을 위한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어디서든 시대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싸움은 계속해서 발생한다.
이런 위기의 상황 때마다 종교 지도자들은 기도의 중요성을 말하고, 특히 인간에게 발현한 성모님은 끊임없이 기도를 바치라고 한다. 과연 우리의 기도가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데 영향을 미칠까.
기도의 힘을 실제로 체험한 사람도 있고, 형식적으로나마 기도에 동참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간절한 순간이 오면 누구나 기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생사의 순간에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큰 수술을 앞둔 친구의 손을 붙잡고 회복을 기도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부모의 귓가에 평안한 안식을 위해 간절한 기도를 바친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온 힘을 다해 기도를 쏟아내는 우리네 모습을 발견한다.
기도의 힘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실제로 기도를 들어주실 수도 있지만, 희망하는 과정 안에서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와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이미, 그러나 아직’. 이미 그리스도는 우리 곁에 왔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구원이다. 구원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만난다.
증오와 복수가 아니라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순간이다.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 진출 10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나현철 신부는 전쟁과 체제로 인해 북녘땅에서 순교한 패트릭 번 주교의 삶과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을 되새겼다. 100년이 지난 지금, 크게 성장한 한국 교회는 다시금 북녘땅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반복되는 전쟁과 폭력의 순간에도 기도의 힘을 믿고 희망을 놓지 않는 게 신앙인의 소명 아닐까. 어쩌면 그 과정 안에서 이미 평화는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